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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 1945, 72년 진주냉면 맛 전통 이어가는 하연옥
기사입력: 2017/03/16 [15:24]
박일우 기자 박일우 기자 의 다른기사 보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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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냉면의 원조 황덕이 할머니와 딸 하연옥 씨. 

 

전통방식 최상의 재료만 고집 당당한 진주의 명품으로
미술관 같은 부산 대연동 '하연옥'…미식가 유혹
 
 
진주하면 떠오르는 것들 중 진주냉면을 빼놓을 수가 없다. 진주냉면은 해물육수에 메밀국수를 말아서 만든 진주시 지정 향토 음식이다. 지난 1960년대 중반에 진주지역에서 사라졌다가 1999년 식생활문화연구가에 의해 진주냉면 원형을 중심으로 재현됐다.


멸치와 바지락, 홍합, 해삼, 전복, 석이버섯 등 해물을 이용한 장국과 쇠고기육수로 육수의 빛깔과 맛을 내고, 오이와 배채, 석이버섯, 황백지단을 고명으로 올린 탐스러운 냉면을 보고 있자면 웃음이 절로 난다. 여기에 턱하니 올라간 소고기육전이야말로 맛의 절정을 이룬다. 기름기 적은 우둔살로 만든 육전은 쫄깃함과 고소함이 일품이다. 더운 여름날 시원하게 먹어도 좋고, 술 먹은 다음 날 해장으로 한 그릇 뚝딱해도 좋다. 먹어본 사람이라면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진주냉면의 원조라 불리며 그 맥을 잇고 있는 지금의 하연옥은 진주 맛집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최상의 재료만 고집하는 하연옥 정운서 대표의 황소고집이 자리하고 있다. ‘변하지 않는 전통은 전통이라 볼 수 없다’고 말하는 정 대표는 20여 년 전 장인으로부터 식당을 물려받을 당시 3년 동안 가게 매출이 30%이상 줄었다고 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이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전통의 방식을 고수하면서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변화를 꾀했기 때문이다.

전통의 토대 위에 변화를 추구하며 당당한 진주의 명품으로 자리 잡은 하연옥 정운서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

 

 

▲  진주시 이현동에 위치한 하연옥 전경

다음은 하연옥 정운서 대표와의 일문일답

 

 

 

-왜 하연옥인가.
▶이제는 아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아내 이름이 바로 하연옥이다. 지난 2011년 이현동으로 이전하면서 아버님(故 하거홍 씨)과 어머님(황덕이 씨)으로부터 받은 진주냉면의 전통을 정직하게 이어가고자 하는 마음에서 하연옥이란 딸의 이름을 내건 것이다.

 

-진주냉면으로 할 수도 있지 않았나.
▶진주냉면은 누구나 쓸 수 있으니 차별화가 안됐다. 부모님께 이어받은 진주냉면의 맛을 지켜나가기 위해 진주냉면으로 상표등록을 하려고 했는데 전국적으로 진주냉면 파는 곳이 많아지면서 특허등록이 안됐다.

 

-진주냉면의 시작은.
▶1940년대 전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고아로 자란 아버님은 진주 중앙시장을 전전하면서 냉면을 배우셨다. 그러다 1945년 아버님 나이 24살, 어머님 17살 때 두 분이서 중앙시장에 ‘부산식육식당’을 개업했다. 이때가 시작이다.

 

-당시 냉면이 인기가 좋았나.
▶그렇다. 1960년대 중반까지 옥봉동을 중심으로 수영식당이나 수정식당, 은하식당과 같은 냉면집 7~8곳의 인기가 상당했다. 식당마다 장정 여럿이서 면을 뽑아내고, 하인을 두고 직접 배달까지 할 정도였으니까.

 

▲  하연옥 냉면

 

-중앙시장에 불이 났다.
▶1962년 중앙시장에 큰 불이 나 식당이 불타버렸다. 그 이후 서부시장으로 옮겼다.

 

-이전 후 더 장사가 잘 됐는데.
▶여름철 냉면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서부경남에선 나름 유명해졌고, 타 지역 사람들도 진주오면 꼭 들리고 간다고 말할 정도였다.

 

-맛의 비결은 뭔가.
▶글쎄, 간장이나 된장 같은 장류는 모두 직접 담근다. 근데 그것보다 굳이 맛의 비결이라 하면 바로 최상의 재료 선택에 있다고 생각한다. 음식은 정직하다. 안 좋은 재료를 쓰면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최상의 재료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금액적인 부분을 고려해 재료를 선택하게 된다. 만일 같은 재료가 1만 원, 1만5000원, 2만 원 짜리가 있다면 대부분이 1만5000원짜리 재료를 산다. 가장 싼 건 안 좋은 것 같아 사기가 애매하고, 중간만 돼도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근데 나는 무조건 2만 원짜리를 선택한다. 재료만큼은 양보가 없다.

 

-무조건 비싼 게 좋다는 뜻인가.
▶아니다. 가격을 보지 말고 재료를 보라는 얘기다. 음식장사하면서 재료를 통해 이득을 취하려 하면 손님들로부터 외면 받게 돼 있다. 요즘 손님들 뭐가 좋은지 뭐가 안 좋은 건지 다 안다. 재료값 아끼려다 음식 맛도 잃고 손님도 잃는다. 그렇기 때문에 재료만큼은 절대 양보해선 안 된다. 내 철칙이다.  

 

-육수도 직접 만드나.
▶그렇다. 재밌다. 육수를 개발하고 변화시키고 맛을 내는 이 과정이 모두 재밌다. 가끔 맛이 없을 때만 빼면.(웃음) 손님이 많으면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신선한 재료 선택부터 숙성까지 전 과정을 직접보고 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  하연옥 정운서 대표

 

-육수 맛이 예전 같지 않단 분들도 많다.
▶당연하다. 예전의 진주냉면을 기억하는 어르신들은 그런 말씀들을 하신다. 시대가 변하면 사람 입맛도 변한다. 이전에는 어르신 손님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젊은층 손님이 많아졌다. 때문에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끔 육수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해마다 새로운 육수를 개발하고 손님들에게 선보인 후 육수를 교체한다. 이번에도 육수가 바뀌었다. 사실 지난해 가을에도 바꿨는데 맛이 없다고 해서 다시 바꾼거다.

 

-맛이 한결같아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큰 틀에서 벗어나진 않는다. 예전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면서 육수의 맛은 유지하되 약간의 변화를 가미하는 거라 보면 된다. 전통을 유지하면서 시대에 맞춰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다. 젊은 세대나 가족단위가 많이 찾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육수에 호불호가 갈리는 편인데.
▶냉면육수로는 생소하기 때문이다. 진주냉면은 해물 육수가 중심이 돼 제조에만 꼬박 2박3일이 걸린다. 이후 보름간 저온 숙성시킨다. 평양냉면이 먹는 순간 시원한 감동이라면 진주냉면은 먹고 난 후의 넉넉함이랄까.

 

-개인적으로 냉면에 들어간 육전을 좋아한다.
▶맞다. 그런 분들이 많다. 쇠고기 살코기에 밀가루를 묻히고 계란물을 입혀 부쳐낸 쇠고기육전을 고명으로 얹는다. 기름기가 없는 우둔살을 쓰기 때문에 냉면에 육전을 구워서 올리면 육수에 기름기가 안 뜨고 깨끗한 육수가 나온다. 이 육전이야말로 진주냉면만의 특징이다. 참고로 평양냉면은 돼지고기 편육을 넣는다.

 

-메뉴를 많이 줄였는데.
▶예전 서부시장에 있을 때는 소국밥, 돼지국밥, 곰탕, 갈비탕 등 분식집처럼 메뉴가 엄청 많았다. 많이 팔기 위해 음식 같지도 않은 음식을 내놔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로 곰탕을 없애고, 소국밥이 있으니 두 번째로 돼지국밥을 없앴다. 또 소수육도 없애고, 돼지수육도 없앴다. 지금 하연옥으로 이전하면서 삼겹살도 없앴다. 이후 온반도 없애고, 올해 들어 소불고기도 없앴다. 주력음식에 집중하자는 의미였다. 한 가지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 이제는 더 이상 줄일 게 없다.(웃음)

 

-상호가 계속 바뀌었다.
▶부산식육식당에서 내가 부산냉면으로 상호를 바꾸자고 제안해서 1995년에 바꿨다. 이후에 방송에 나가면서 진주식 냉면이라는 걸 알았다. 진주식 냉면에 부산냉면이란 상호를 쓴다는 건 웃긴 것 같아 다시 진주냉면으로 바꿨다. 그리고 지금의 하연옥까지 온 것이다.

 

-북한 조선민속전통이란 책에 진주냉면이 나오는데.
▶북한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가 지난 1994년 1월 25일 발행한 ‘조선의 민속전통 식생활풍습편’에 나온다. ‘냉면 중에 제일로 여기는 것은 평양냉면과 진주냉면’이라는 구절이다. 진주냉면이 그 당시부터 평양냉면과 양대산맥을 이뤘단 것이다.

 

▲  환한 실내가 미술관 같은 부산 대연동 '하연옥'

 

-평양냉면과의 차이점은.
▶일단 비쥬얼적으로 확연히 다른 것은 바로 육전이다. 또 평양냉면은 메밀가루에 감자전분을 섞는데 진주냉면은 메밀가루에 고구마전분을 섞는다. 평양냉면은 꿩(쇠고기) 육수와 동치미국물을 차게 해서 돼지고기편육, 배채, 달걀 완숙 반쪽을 고명으로 사용한다. 진주냉면은 멸치와 바지락, 홍합, 해삼, 전복, 석이버섯 등 해물을 이용한 장국과 쇠고기육수로 육수의 빛깔과 맛을 내 차게 한다. 위에 김장배추김치를 채 썰고, 쇠고기육전, 오이, 배채, 석이버섯, 황백지단을 고명으로 올린다.

 

-뼈다귀로만 육수를 낸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는데.
▶절대로 불가능하다. 뼈다귀만으로는 이 맛이 나올 수도 없고, 낼 수도 없다. 육수를 가져가 성분검사를 해봐도 좋다.

 

-원래 미용사였는데.
▶진주 시내에서 미용실을 했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다가도 육수를 만들러 온 적도 있었다. 음식 만드는 게 재밌고 좋다. 단순한 맛보다는 오묘한 맛, 복합적인 맛을 좋아한다. 평양냉면과 달리 진주냉면에는 복합적인 맛이 있다. 미용사를 할 때도 평범한 머리를 싫어했다. 학생 머리를 왜 이렇게 깎아놨냐며 학교에서 항의전화가 온 적도 있었다.(웃음)

 

-요식업계로 뛰어드는 젊은이들에게 조언 한마디.
▶미쳐야 된다. 무슨 일이든 미쳐야 성공할 수 있다. 이왕 마음을 먹었다면 그 분야에 대해 미친듯이 파고 들어야 한다. 자신의 능력을 아껴선 안 된다. 모든 걸 쏟아 부어도 모자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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