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마련 시급한 LH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진주혁신도시 대표적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이 저지르는 비리행태가 도매금으로 국정감사 때마다 질타를 받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직원들의 비위가 잇따라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박홍근 의원이 LH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부터 올 8월까지 경찰·검찰로부터 뇌물·횡령 혐의로 적발된 직원은 11명이고 이를 포함해 내부 징계 건수는 2016년 11건, 2018년 33건, 2019년 8월 24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공사를 발주해 민간기업과 계약 건이 많아 뇌물 및 금품수수 유혹으로부터 청렴성을 유지해야 하는 공기업이지만 편법 수의계약 및 유착 등의 수법으로 비리와 부패를 저질러왔다. 징계사유를 구체적으로 보면, 뇌물 등 수수한 혐의로 기소되거나 유죄판결을 받아 파면된 사례가 잇따랐다.

직원들이 수억 원의 뇌물을 받고, 수의계약을 통해 LH 아파트를 여러 채 보유하는 등 각종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 관련 조언 명목으로 네 차례에 걸쳐 1억3천만 원 넘는 돈을 받는가 하면, 민원인으로 알게 된 사람에게 공동투자를 제안한 뒤 거래금액 명목으로 5천만 원을 받기도 했다. 또 본인과 가족 명의로 순번추첨수의계약, 추첨제분양 등 각종 수법을 동원해 전국에 15채의 아파트를 소유하고도 이를 회사에 신고하지 않았다가 징계를 받은 직원도 있다. 이런 가운데 정작 LH가 공급한 아파트에서 지난 2년간 2만 건에 가까운 하자 보수 요청이 접수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민들은 공기업이 시공한 아파트를 믿고 청약을 받아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게 했다.

공기업 LH는 그동안 임직원의 비위 사실이 적발될 때마다 뼈아픈 반성을 하고 있다며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LH는 여전히 '비리 공기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기업은 국민의 편익을 위해 세금으로 운영하는 기업이다. 그럼에도 공공이익을 외면한 채 비리를 밥 먹듯이 저지른다면 공기업으로서 존재의 의미가 없다. 공기업 직원의 고질적인 부패비리는 우리 사회와 국가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심각한 범죄이다. LH는 언제 '비리 공기업'이란 낙인을 지울 것인가 안타깝고 측은하다. 도덕적 해이를 뿌리 뽑기 위해 정부는 보다 강력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두 동강 난 연이은 대규모 집회, 언제까지 계속될 건가

서울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정반대의 주장을 하는 대규모 집회가 연이어 열리면서 대한민국의 분열상이 적나라하게 표출되고 있다. 하지만 이견을 조정하고 융합해야 할 정치가 실종된 채 오히려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 대한민국이 두 편으로 갈라져 길거리에서 숫자 싸움을 벌이는 것은 상식을 넘어 매우 비정상적으로 치닫는 폐해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선동정치, 아집과 불통의 정치가 확산되고 있다. 극단적 국론분열이 정치를 무력화시키고, 의회주의와 대의민주주의는 설 곳을 빼앗기고 있다.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이 대의제인데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 국민이 직접 광장으로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심히 안타까운 것은 모든 국정현안이 올스톱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급한 경제살리기는 버린 자식 처지다. 일본과의 갈등, 미중 무역분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온 나라가 하나로 똘똘 뭉쳐도 시원찮을 판이다. 그런데 나라는 갈기갈기 찢어져 있다. '조국 사태'로 두 동강 난 대한민국의 현실은 부끄럽고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는 그야말로 참담할 지경이다. 거리 곳곳에서 시민들이 정치적 입장에 따라 몸싸움을 벌이고 진영 간 충돌을 막겠다며 지하철 운행시간마저 바꿀 정도다. 생업에 종사해야 할 국민들이 장관 한 명을 놓고 언제까지 이런 소모전을 벌여야 하는지 곳곳에서 통탄의 한숨이 잇따른다.

이런 와중에 기업들은 줄줄이 쓰러지고 서민들은 민생고에 허덕이고 있다. 한시가 급한 민생법안들은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미증유의 복합위기에도 정치권이 경제를 살릴 의지나 있는지 국민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어떤 시민이든 광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 표출할 수 있다. 비록 조국 사태 이후 여론이 갈라졌다고는 하나 모두 나름의 이유는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집회가 본래의 성격을 넘어 정치권의 대리전 성격을 띠는 세 대결로 비화되고 있는 것이다. 시급한 국정 현안이 사실상 올스톱된 지 오래다. 정치 부재로 꼭 필요한 국정 현안들의 논점이 흐려지고 집결돼야 할 시민의 에너지가 분산되는 건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시위가 정치적 공방에 함몰된 정치권의 힘 과시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여야는 하루빨리 정국을 정상화해 국민의 아픈 곳을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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