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주 혁신도시 충무공동에 소재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경

금수저 청년이 흙수저 청년에게 “나는 네가 부럽다”
“할 말 없다. 죄송스럽다. 미리 인지했어야 되는데”

진주 혁신도시에 소재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홍보팀의 역량 부족이 열심히 미래를 준비하며 노력하는 평범한 대한민국 청년들에 큰 상처를 안겨줬다.

문제가 된 LH의 지난 1일 서울 시내 버스정류장에 게재한 행복주택 광고 문구가 보통의 평범한 청년층을 비롯한 양식 있는 국민들로부터 엄중한 질타를 받고 있는 것이다.

해당 광고는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 형식으로, 한 청년이 “너는 좋겠다. 부모님이 집 얻어주실 테니까”라고 하자, 다른 청년이 “나는 네가 부럽다. 부모님 힘 안 빌려도 되니까”라고 대답한다.

이어 광고물 아래쪽에 ‘내가 당당할 수 있는가(家)! 행복주택’, ‘대한민국 청년의 행복을 행복주택이 응원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하지만 행복주택은 신혼부부·청년 등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으로, 부모님 찬스를 사용하는 ‘금수저’ 청년이, 서민인 ‘흙수저’ 청년에게 부럽다고 말하는 상황은 ‘청년에 대한 공감 능력 부족’과 함께 오히려 ‘흙수저 청년들을 조롱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신문과 방송 등 주요 언론에서 LH의 행복주택 광고 문구가 청년들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하자, LH는 지난 3일 해당 옥외광고물을 전량 철거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LH관계자는 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규모로 전력을 다해 밀어붙인 광고가 아니다”라면서 “청년들이 많이 몰려 있는 대학가, 버스정류장 등 추위와 미세먼지를 피하는 곳에 게시된 조그만 규모의 광고”라고 밝혔다.

이어 “저희 딴에는 청년들에게 쉽게 다가가려고 SNS 형식으로 취했는데”라며 “광고하는 대행사가 있으니까 거기서 아이디어를 내서 올라온 것을 저희가 괜찮겠다고 해서 내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전혀 의도치 않았는데 ‘흙수저인지 금수저인지’로 청년 커뮤너티 인터넷사이트에서 논쟁이 붙은 것”이라며, “그런데 거기에 많이 들어오는 청년들은 ‘비꼬는 거야’ 이런 식으로 댓글을 단거죠”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논란이 되니까 방송사는 ‘흙수저, 금수저 논란’ 너무 좋아하지 않느냐”라며 언론보도의 배경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설명했다.

이에 본지는 ‘상당히 불쾌한 느낌의 광고로서, 홍보나 광고 쪽에서는 프로인 거대 공기업이 이걸 캐치 못했다는 것은 LH 홍보팀의 역량 부족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자 LH관계자는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사전에 인지했어야 했는데”라며, “그렇게 볼 수도 있다. 할 말이 없고, 죄송스럽다. 어제 해명자료도 냈다”며, “광고업체도 이것을 만들 정도니 이게 참 보는 시각에 따라 많이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체 탓을 할 것이 아니라 어차피 LH가 광고를 하는 것이 아니냐, 외주를 주든 어떻든 간에, 결국 LH의 전적인 책임이 아니냐’는 질문에 “(감수성 부족 등) 그런 지적을 많이 받고 있다. 저희도 정말 죄송하다는 해명자료를 뿌린 것”이라며 재차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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