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불교종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불기2564(2020)년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 일정 변경’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제공

4월 25일 연등회 5월 23일로, 4월 30일 법요식 5월 30일로 변경
한국불교종단협, “아픔 함께하고 치유, 극복 매진하고자 결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위해 불교계가 불기2564(2020)년 4월 30일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들을 한 달간 연기했다.

봉축 행사 일정이 변경된 경우는 부처님오신날이 법정공휴일로 지정된 1975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014년 열린 연등회의 경우 4·16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희생자들의 극락왕생과 실종자 무사귀환, 슬픔에 빠진 국민들을 위한 행사로 콘셉트가 변경돼 진행된 적은 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이하 종단협의회) 회장인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기 극복을 위한 불교계의 적극적인 동참 의지를 밝히고자 한다”며 “지금의 국가적 위기상황에 처해 그 아픔을 국민과 함께하고 치유와 극복에 매진하고자 부처님오신날 봉축 행사 일정을 윤4월인 5월로 변경해 치를 것을 고심 끝에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 따라 4월 30일 예정된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은 5월 30일로, 4월25일 예정된 연등회(연등축제)는 5월 23일로 변경된다. 법요식은 조계사 대웅전 앞 및 전국사찰에서 열리고, 연등회는 동국대학교 대운동장 및 종로 일대에서 진행된다.

원행스님은 “국민 여러분들이 잘 아시듯이 ‘부처님오신날’은 매년 지혜와 자비의 등을 밝혀 온 오래된 우리 고유의 명절”이라며 “특히 ‘연등회’는 천년을 이어오며 오늘날 세계적 축제로 자리잡은 무형문화재이고 올해 12월에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행스님은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윤4월로 변경하고자 함은 ‘코로나19 감염의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매우 위중한 상황에서 감염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동참하는 한편, 조속히 오늘의 위기가 종식돼 우리 국민들과 모든 인류가 평안해지길 발원하고자 하는 불교계의 적극적인 의지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불교계는 이런 의지에 맞춰 기존 부처님오신날 행사가 열릴 예정이었던 4월 30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북측광장에서는 한 달간 코로나19 치유와 극복을 위한 봉축 점등식을 진행하고, 이날부터 종단협의회 소속 회원종단 전 사찰(1만5천여 곳)에서 ‘코로나19 극복과 치유’를 위한 기도를 시작해 한 달 동안 정진할 계획이다.

원행스님은 “부처님께서는 ‘독(毒) 화살의 비유’를 들어, 화살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누가 쐈는지를 논하는데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독 묻은 화살을 맞아 곧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주셨다”라며 “사부대중 여러분께서는 우리 이웃과 국가가 힘들 때 함께 하고자 하는 오늘의 결정이 더욱 의미 있게 회향할 수 있도록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정진해 주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나온 역사 속에서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우리는 마음을 모아 지혜롭게 극복해왔다”며 “오늘을 사는 우리 불제자들이 이 시대의 만파식적이 되고 팔만대장경이 되겠다. 전국의 사찰에서 목탁과 법고를 치고 범종을 울리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원행스님의 회견문 낭독 이후 관음종 총무원장인 홍파스님은 “전세계가 코로나19 감염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한국불교계에서는 감염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절문을 닫고 노력하면서 사찰에서 기도를 해왔다”며 “앞으로도 빠른 시일 안에 어려움이 종식되길 희망하는 차원에서 종단 모두가 공감했기에 (일정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조계종 관계자는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뿐만 아니라, 예정된 법회 등 행사 중단일을 정부 지침에 맞게 2주 더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에는 조계종, 천태종, 진각종, 관음종, 태고종 등을 비롯해 총 30개 불교종단이 속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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