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혁 경남도농업기술원 약용자원연구소 소장 / 경제학박사

코로나19가 많은 사회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경제와 방역은 상충관계라 어느 한쪽으로 균형추를 옮기기가 쉽지 않아 더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코로나19 이후는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 예상한다. 크게 세 가지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먼저 재택근무의 확대이다. 재택근무의 증가로 직장인들이 출퇴근을 위해 소모하는 비용의 감소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재택근무가 일반화된다면 고용주는 사무실 공간 등에 대한 지출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다. 둘째는 온라인 교육의 확대이다. 온라인 교육의 확대 및 가속화로 많은 사람이 교육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기존 교육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발생하는 중간단계의 비용이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셋째는 의료 서비스업의 확대이다. 의료 서비스업은 자동화 시대에 따른 변화 및 경제상황의 변동과 상관없이 필수적인 직종이다. 수요 증가로 의료 서비스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이후 농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제이슨 솅커라는 미국인 미래학자는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서 코로나19로 식량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국가안보를 위해 앞으로 그 어떤 시기보다 더 많은 관심이 농업 분야에 쏟아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농업이야말로 전형적인 필수 산업이다. 먹을 것 없이는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라며 농업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미국은 이번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시민들이 식료품을 확보하는 데 혼란을 경험한 바 있다.

한편 코로나19는 국내 농업 분야에도 변화를 초래했다. 우선 농업·농촌에 대한 도시민의 인식이 변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농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의 중요성', '식량안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귀농·귀촌 의향이 증가하고, 농축산물의 안전성을 더 고려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실제로 수입산 농축산물보다 국산 농축산물과 친환경 농산물 구매량이 증가했고,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농촌관광 횟수를 늘리겠다는 도시민이 증가했다. 다음으로 소비자의 농식품 구매형태가 변했다. 농식품 소비트렌드에 대한 농촌진흥청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농식품 구매형태의 가장 큰 변화는 구매 장소의 변화였다. 온라인 구매와 동네 슈퍼마켓에서의 구매가 증가한 반면 대형마트 구매는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식이 줄고 가정 내 소비가 늘면서 비교적 손쉽게 조리하고 섭취할 수 있는 농식품과 저장 기간이 긴 상품의 수요가 증가했다. 특히 국산 농산물의 선호도가 높아졌다.

요컨대 코로나19는 농업에 대한 인식과 선호를 바꾸고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농업·농촌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커지고, 국산 농산물 선호도가 높아진 점 등은 희망의 빛이 아닐까. '안전한 국산 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이 우리 농업을 살리는 길이고, 농업이 뒷받침돼야 국민이 행복하며 국가가 안정적인 발전을 지속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코로나19를 통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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