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 ‘배달라이더’…제도적 안전대책 필요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플랫폼 시장 혁신의 산물이 되고 있는 배달앱이 증가하면서 교통사고에 내몰리는가 하면, 심지어 과로사해도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하는 등 노동자 보호를 위한 대책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도내 배달앱 증가로 식사는 물론, 음료까지 배달시키면서 신호위반, 과속 등 당장 문제를 일으키는 오토바이 사고가 늘고 있다. 지난해 경남에서 발생한 오토바이 사고는 1290여 건, 하루 평균 3.5건이 넘는다. 심지어 지난해에만 오토바이 사고로 58명이 숨졌다. 이는 2019년보다 13.7% 넘게 증가한 것이다. 노동계는 과도한 업무 처리가 사고 원인이라며 배달 수수료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달 오토바이 종사자의 여건은 열악하다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 같은 연유는 업체에 고용된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사회안전망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 정부가 고용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는 논란이 되고 있는 플랫폼 근로자 범위에 대해서도 사회 통념상 '노동자성(性)'이 충분히 인정되는 배달 부문에 대해 우선적으로 노동자 보호를 위한 대책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플랫폼 종사자는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노동을 제공하는 근로자를 말한다. 배달라이더·대리기사·퀵서비스 등이 여기에 속한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21일 플랫폼 종사자 보호대책을 내놨다. 핵심은 고용·소득이 불안정한 이들을 일반근로자 수준으로 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계약이나 근로형태 등 일정 기준에 맞으면 주 52시간, 연차휴가, 최저임금, 산재·고용보험 등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 설립도 가능하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플랫폼종사자 보호법'을 특별법 형태로 올 3월까지 추진한다. 업계에선 정부가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함으로써 발생할 부작용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도 만만찮다. 대표적인 게 표준계약서 도입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배달업에 종사하는 인력은 약 20만 명으로 추산된다. 플랫폼 노동자 보호가 혁신 자체를 방해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접근이 요구된다.


‘코로나 이익공유제’…사회적 합의 더 이끌어내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2일 논란에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본격 추진키로 했다. 전날 이낙연 대표가 코로나 양극화를 거론하며 "코로나19로 많은 이익을 얻는 계층이나 업종이 이익 일부를 사회에 기여해 피해가 큰 쪽을 돕는 다양한 방식을 논의하자"고 제안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TF엔 홍익표 정책위의장이 직접 단장을 맡아 힘을 싣기로 했다. 이익공유제는 20대 국회에서 입법화 시도가 있었고 21대 국회에서도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입법을 약속했지만, '반시장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주춤했었다. 기업이 노력해 얻은 이익의 공유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자본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반시장적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이익공유제'는 충분히 논의해볼 가치가 있다. 1년 넘도록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의 피해는 상상 이상이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기약 없이 길어지면서 생계 위협에 직면한 영세 자영업자가 부지기수다. 일자리도 태부족이라 취업은 고사하고 아르바이트 한자리조차 얻기가 별 따기다. 이에 비해 상대적 특수를 누리는 업종도 상당하다. 반도체산업이 대호황기를 맞고 있으며, 인터넷 포털 등 비대면산업 업황도 가히 폭발적이다. 공동체 전체가 고통을 분담해 극복하려는 노력은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공동체 간의 연대감과 협력 의식을 확산시킨다는 차원에 큰 의미를 두어야 한다. 국가의 미래를 내다보고 민생을 살펴야 하는 정당과 정치인이라면 여야를 떠나 코로나19가 부른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할 해법을 제시하는 게 마땅하다.

이익공유제시행은 정부가 앞장서되 상대적 특수를 누린 기업도 적극 동참할 만하다. 지금 손을 놓고 있으면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양극화와 이로 인한 사회 갈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진정세를 회복하기에는 어려워진다. 여야 정치권 모두 우리 공동체가 공존·공영할 해법을 찾는 일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코로나 방역과 민생 회복은 장기전이 불가피하다. 그만큼 후속 조치가 중요하다. 어려운 계층을 돕자고 기업에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 없지만 기업 또한 사회적 책무에서 벗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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