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 원형을 찾아서…칠석날 이야기> 견우님 소를 끌고 어디로 가시나요?

대담 정리 김회경 기자 | 입력 : 2022/08/09 [18:18]
▲ 덕흥리벽화 무덤은 고구려의 대신 급 인물인 ‘진’이 묻힌 곳이다. 408년에 만든 두칸 무덤이다.   

 

정노천 우리원형연구가·시인 만나 ‘우리 민족의 칠월칠석’ 이야기 대담
칠월칠석…‘하늘에 아로새긴 슬픈 사랑의 이야기’ 담고 있어
그들의 애절하고 아름다운 사랑…하늘의 별자리에도 나타나

 

지난 8월 4일이 칠월칠석(음력 7월 7일) 날이다. 칠석날은 생산을 의미하는 날이다. 이날을 ‘칠월 칠석’ 혹은 ‘칠성날’이라고도 한다. 견우와 직녀의 사연이 우리 선조들의 생활방식이 된 사연을 천문으로 끌어 올렸고 사후의 영역까지 확대시킨 민족적 철학을 간과하고 우리 후손은 아직 선조들의 해원과 삶의 철학성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내 사랑 견우님이 강 건너 소를 몰고 떠나네. ‘임이여 그 소 이까리를 놓으소서. 저 혼자 두고 가지 마소서’ 직녀가 강 건너로 소를 끌고 나가는 견우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흐느끼고 있다. 소의 꼬리도 아래로 축 처져 있고 하염없이 흘러내린 눈물을 멈출 수가 없네. 눈물은 강물이 되어 더욱 넓어지고 길어져 가네. ‘직녀님 울음을 멈추세요. 울수록 두 사람의 거리는 더 멀어지고 만남이 더욱 힘들어집니다’하고 뒤에서 여우(신수 구미호)가 직녀를 달래고 있다.


아무리 사랑하는 여자가 옥황상제의 손녀라 해 본들 사랑에선 자기 자신이 주체다. 자신의 맘에 안 들면 떠나는 수밖에 더 있겠나?


사랑에 빠진 직녀는 하늘의 신들이 입는 천의무봉의 비단을 짜는데 소홀 했으니 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비단은 날줄을 세우고 씨줄을 끊어짐 없이 좌우로 가로질러서 짠다. 날줄이 기본 틀을 이루고, 끊어짐 없이 이어지는 씨줄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여 완전한 옷감을 만든다. 천의무봉이라는 건데 자칫 올이 빠지면 옥황상제의 정신을 흩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날줄과 씨줄을 경(經)과 위(緯)라고 말한다. 그렇게 세로와 가로, 수직적인 것과 수평적인 것, 종적인 면과 횡적인 면 등을 표현할 때 경위(經緯)라고 한다. 날줄과 씨줄의 가닥을 ‘올’이라 하고, 경위가 맞으면 ‘올바르다’고 한다. 이 경위를 맞추는 것을 이치라 한다. 어느 종교에선 인간이 이치와 경위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선녀직금(仙女織錦)’으로 표현했다. 즉 직녀가 우주의 이치를 어긋나게 했기 때문에 벌을 받게 된 것이란 유추도 설득력이 있다. 우리는 경위(經緯)와 경우(境遇)를 혼돈해서 쓰고 있다. 경위는 사리의 옳고 그름을 나타내고, 경우는 어떤 상황을 나타내는 말이다. ‘경위 바르다’가 맞는 말이다. ‘牽(견)-끌다’, ‘織(직)- 짜다’의 이름자 풀이처럼 직녀는 제대로 자연의 이치를 올바르게 짜고 견우는 우주의 운행을 끌고가는 역할을 충분히 해야 우주는 잘 돌아가기 마련이다. 평소 잘하던 역할을 사랑에 빠져 소홀해지면서 우주가 위험에 처하기 때문에 벌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천해(天海)는 물과 관련이 많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러한 견우·직녀 전설은 중국의 우왕(BC2311)때 생겨 난 신화로 동이의 천문이 다시 한족의 전신인 화하족이 자신들의 독자적인 천문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말할 수 있다. 즉 동이는 중원 땅에서 서서히 밀려나고 그때부터 화하족 즉 지금의 한족들이 중원을 지배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칠석날의 전설로 우리는 소를 잘 치는 뛰어난 목동 견우와 베를 잘 짜는 직녀가 만나는 날이라고 알고 있다.


하늘의 옥황상제(天帝, 마고, 삼신, 서왕모, 하느님 등 믿음 성향대로 명명)가 손녀인 직녀와 견우를 맺어 주었더니 사랑에 빠져 맡은바 소임을 게을리 하는 등 자기의 본분을 망각하자, 두 사람을 은하수 이쪽과 저쪽으로 떼어 놓고 자기의 소임을 다하도록 했다. 그리고 일 년에 단 한 번 칠월칠석날 하루만 만나게 했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애절하고 아름다운 가는 하늘의 별자리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즉 직녀성인 녀수(女宿) 위에 패과(敗瓜)라는 깨진 바가지란 뜻이 담긴 별이 있다. 직녀는 견우를 만나려고 그 깨진 바가지로 은하수 물을 퍼내려고 하였으나 깨진 바가지론 그 많은 은하수 물을 다 퍼 낼 수 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직녀는 점대라는 정자 모양의 별자리에 올라 견우를 그리워하면서 사랑의 정표를 자기가 짜고 있던 베틀 북을 견우에게 던졌는데 그것이 포과(匏瓜)라는 별자리가 되었다. 견우 또한 직녀가 그리워 논밭을 갈 때 끌던 소의 코뚜레를 던졌다. 그 별이 필수(畢宿)라는 별자리가 되었다. 다시 직녀가 견우에게 자기의 아름다운 머리를 빗든 빗을 던졌다. 이 별이 바로 기수(箕宿)라는 별이 됐다는 전설도 있다.

 

▲ 앞칸 남쪽 천정 견우(牽牛)와 직녀(織女)도    

 

■이것은 어디까지나 전설에 불과한 것이라고 해도 아주 재미있고 의미가 있는 이야기이다. 칠월칠석날의 또 다른 해석으로는 인류의 조상이라고 일컫는‘나반’이 ‘아만’을 만나기 위하여 하늘의 강, 즉 은하수를 건너는 날이라는 것이다. <태백일사/삼신오제본기>를 보면 「하백(河伯)은 천하(天河)의 사람으로 나반의 후손이다. 7월 7일은 바로 나반이 하늘의 강을 건너는 날이다. 이 날 용왕에게 명하여 하백을 부르나니, 용궁에 들어가 하백에게 사해의 뭇 신을 주관케 하시느니라. 천하는 다른 이름으로 천해(天海)라고도 한다. 지금 북해(北海)가 바로 그것이다. 또한 천하의 주께서 말씀하시길 천도(天道), 즉 하늘의 도는 북극에서 일어난다. 고로 천일(天一)의 물이 나온다. 이를 북극수라 하며 북극은 수정자(水精子)가 기거하는 곳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 보면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이라는 말은 없다. 인류의 조상인 나반이 은하수를 건넜다고만 했는데 은하수를 건너는 이유는 인류의 또 다른 조상인 아만을 만나기 위하여 강을 건너는 것이다. 인류의 조상이라고 하는 나반과 아만은 우리의 아담과 이브다. 즉 남녀가 만나는 것은 교접을 의미하고 생산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나반과 아만의 이야기는 동이의 설화로 전해오는 것을 대륙의 패권을 장악한 한족들이 중화중심의 사상을 기록하기 위하여 우리 동이의 설화인 나반과 아만 이야기를 견우와 직녀로 격하시켜 칠석날을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한다.

 

■여기에서 물과 관련이 있는 하백이 나온다. 하백은 다른 말로 물의 신이라고도 한다. 하늘에서 ‘수정’은 남방주작 칠 수에 속한 첫 별자리인 ‘정수(精宿)’를 말한다. 정수는 우물 정(井)자 모양의 별자리며 흔히 동쪽 우물이란 뜻으로 동정(東井)이라고 했다. 남자들의 첫 경험에서 얻어지는 사정을 ‘동정’이란 말도 여기서 비롯됐다.
천일의 물, 즉 천일 생수와 수정자 등 물과 관련된 말이 많이 나온다. 이것은 물이 바로 생명의 근본으로 생명은 생산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이런 의미에서 정안수를 생산하는 북두칠성의 선기옥형과, 남방주작 칠 수인 정수 등 물과 관련이 많은 것 같아 칠석날과 칠성님을 관련짓는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는 칠월칠석을 앞두고는 해마다 많은 비를 내리는 장마철에 들어 있다. 이것은 하늘의 옥황상제가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은하수에 많은 비를 내리게 하다 보니 은하수가 넘쳐 흘러내리는 강물이 장마가 된다는 것으로 해석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견우와 직녀가 옥황상제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그 거센 은하수의 물살을 헤치고 칠월칠석날 만나게 된다. 이에 옥황상제는 다시 은하수에 내리던 비를 멈추게 함으로써 이 땅에 그렇게 많은 비가 오던 6월 장마도 어김없이 칠석날을 지나면 끝이 나게 되는 것이다. 남녀가 강을 건너 만났다고 하는 것은 음양의 교접을 이야기한다. 이런 현상들이 하늘의 음양이 교접을 해야만 땅에서 자라는 모든 식물도 열매를 맺고 맛이 든다. 음양의 교접은 곧 열매를 맺어 생산으로 이어진다. 땅위의 곡식들은 칠석날이 지나야만 제대로 열매를 맺고 영글어 가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벼가 이삭을 맺고, 모든 과일은 맛이 들어 그 과일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맛을 낼 수 있다.
또한 칠석제의 제물은 남성의 성기를 나타내는 오이, 가지, 호박, 당근, 참외, 수박, 복숭아 등 과일과 시루떡, 밀전병, 칼국수, 호박 부침 등의 음식을 준비하여 칠석제를 올렸다.
칠석제는 옛날부터 전해줘 왔는데 칠석날이 되면 집집마다 우물을 청소하여 청결히 하고 시루떡을 해서 우물에 바치고 칠석제를 지냈다.

 

■여성의 자궁은 새 생명을 잉태하는 곳으로 모두 물로 채워져 있다. 또한 칠석제(七夕祭)를 지내는 제관들은 반드시 여자가 담당해야 한다. 그 이유는 아마 여자는 생산과 관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하백이 여자였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여기서 하백은 수신(水神), 하령(河靈), 오작(烏鵲)의 다른 말이다. 이 말을 바꾸어 말하면 하백이 사해(四海)의 뭇 신을 주관하면서 나반이 아만을 만나러 갈 때 하늘의 은하수에 다리를 놓아 준 사람일 것이다. 고구려 시조인 주몽은 하백녀의 손자이다. 주몽의 어머니 유화(柳花)는 하백의 딸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주몽이 자기를 해치려는 자들로부터 도망을 갈 때, 엄수(淹水)를 만나 건너지 못하여 생명이 위태로운 순간에 하백의 손자임을 내세우자 강 속에서 물고기와 자라들이 나타나 다리를 놓아 주었다는 설화는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를 건너기 위하여 까마귀와 까치가 다리를 놓아 주었다는 이야기와 비슷하다.
견우는 하늘 목동이다. 그래서 황소를 끌고 가는 형상이다. 치우한웅의 형상이 그려지고 있는 듯하다. 직녀는 신수인 여우(구미호)가 보좌하고 있다. 견우 직녀의 이야기는 나반과 아만, 복희 여와, 아담 이브, 춘향전, 공무도화가 등 여러 가지로 변용되고 있다.

 

■칠석날은 견우와 직녀가 만나던 날이든 아니면 나반과 아만이 만나던 날이든 간에 남녀가 만나서 본격적으로 생산을 시작하는 날임은 틀림이 없는 모양이다. 하늘에서 음양의 교접이 이루어지므로 절기로도 땅에서는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날이다.
칠월칠석을 ‘만남의 날’로 정하면 어떨까? 이 날을 헤어졌던 연인들이나, 새로운 연인을 만나는 날로 정했으면 좋을 것 같다. 우리 고유의 떡을 다양하게 만들어 포장을 예쁘게 만들어 전하면서 말이다. 우리 민족이 옛부터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날, 칠월칠석이 있는데 그런 날은 모두 잊어버리고 장사꾼에 놀아나는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여러 가지로 우리 문화의 정체성과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덕흥리 고분의 벽에 그린 견우직녀도는 하늘세계를 상징한다. 천손민족이라고 자부하는 우리들 마음의 고향 북두칠성을 형상화 한 것이다. 그 내용은 북극성에서 생을 점지 받아 북두칠성의 도움으로 와서 살다가 죽으면 내가 온 곳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고향세계를 그려 놓은 것이다. 이러한 우리 삶의 원형에서 우리도 천문의 지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삼신의 자손이자 천손민족이니 당연한 것 아닌가?
다양한 생활주기와 변천하는 문화, 가치관의 변화 속에서 오늘날 칠석의 풍속은 견우와 직녀의 전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신화와 천문학, 철학, 문학 등으로 확대되는 사유의 폭을 넓혀 가야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해 볼 일이다. 천상으로 확대된 우주관으로 엄연히 정신적으로 뛰어난 우리선조들의 삶의 사유방식이 됐고 선조들의 활달한 사유체계로 우리들 유전자로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이러한 선조들이 물려준 민족적 자산을 홀대하거나 방관하면 엄청난 손실이 될 것이다. 먼저 선점을 하고 스토리텔링해서 우리 것으로 만들어 가야할 몫이 후손인 우리에게 던져진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