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도랑, 가마못, 비봉산 등 수필의 모티브가 돼

 박희재 수필집 ‘엇나간다는 것’ 표지 
박희재 수필집 ‘엇나간다는 것’ 표지 

박희재 수필가가 고희 기념으로 첫 에세이집 ‘엇나간다는 것’을 출간해 주목을 받고 있다. 작가는 현재 진주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작가는 “어느 날 문득 눈을 떠보니 내 나이 일흔이 됐다. 바쁘게 살아오면서 지난날들을 잊고 있었다. 불현듯 먼 어제의 그날들이 그리워지면서 노트북에 글로 저장해 두고는 했고 일흔 나이에 책으로 펴내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작가의 에세이집 ‘엇나간다는 것’은 총 4부로 구성돼 있으며, 42편의 수필이 실려 있다.

책 제목이기도 한 ‘엇나간다는 것’은 일상의 아침을 열어가던 어느 날 방충망에 붙은 청개구리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작가의 감흥은 청개구리의 ‘반대주의’ 일화를 떠올리게 되고 엇나가곤 했던 고등학교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오래전 책상에 붙어있어야 할 그때 친구들과 몰려다니면서 주먹을 휘둘렀던 일들을 청개구리와 매치시켜 풀어낸 이 작품은 작가의 등단작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대다수의 작품들이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겪었던 경험들을 담고 있다. 

‘만물도랑’에서 작가는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다. 나불천으로 불리기도 했던 그 도랑에는 돌다리가 있었는데 소나기가 내리면 물에 잠기고 말았다. 그럴 때마다 교사들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개울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겨주고 받아주고 하면서 안전하게 귀가하도록 했는데 작가는 정겹게 풀어내고 있다. 

‘논에서 월척’도 유년기의 추억을 글로 풀어내고 있다. 봄날 토끼 먹이로 줄 질경이와 토끼풀을 뜯기 위해 형과 함께 들로 나갔던 작가는 엉뚱하게도 모판 사이에서 펄떡거리고 있는 메기와 붕어를 발견한다. 논으로 뛰어들어 물고기를 잡는 장면을 통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어린 시절의 추억에 잠기게 한다.

‘딸기 맛이 왜 이래?’는 청소년 시절로 돌아간다. 딸기서리를 하던 중 달팽이를 딸기로 착각한 작가가 입에 넣고 씹어버렸던 사실을 다룸으로써 신선한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유한근 문학 평론가는 서평에서 “작가의 수필에는 ‘변별적 특성’이 있다. 시적 비유규조를 차용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언하는 효과를 높이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오랜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 진주로 이사해 살고 있는 작가의 ‘원체험 공간의 수필’이라는 점을 제시한다. 따라서 원체험 공간인 만물도랑, 가마못, 비봉산 등이 수필의 모티브가 됐음에도 주목해야 한다”면서 “고향을 그리운 어머니의 넉넉한 품으로 인식하고 있음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고향 진주로 귀향해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쓴 글들이어서 더욱 따뜻하고 걸림이 없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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