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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정시 확대 반대 왜?] "입도선매 효과"
기사입력: 2019/11/06 [18:01]
유용식 기자 유용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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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으면 입학" 우수학생 '선점'…낮은 중도이탈률에 수시 선호
"상향지원 수시 출신이 애정도 높아"…등록금 수입도 이유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정시전형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대학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신입생 선발 업무를 총괄하는 대학 입학처장들이 이례적으로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입장까지 내놨다.
학생·학부모을 비롯한 국민 대다수가 정시전형 확대를 요구하는데도 대학들이 왜 반기를 들었을까. 그 이유를 알아봤다. <편집자 주>


대학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 정시전형 확대를 반대하는 핵심 이유는 수시와 비교해 우수학생 선점이 어렵다는 것이다.


수시는 정시보다 입시 시기가 앞선다. 대개 수시모집은 9월, 정시모집은 12월부터다. 대학 입장에서는 수시모집을 통해 우수 학생을 사실상 먼저 확보할 수 있다. 수시에 합격하면 정시에 지원할 수 없다는 점이 선점효과를 낸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대학 입장에서는 (수시 원서접수기간인) 9월에 미리 우수한 학생을 '입도선매'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시로 입학한 학생들이 반수 등으로 학기 중 학교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 것도 난색을 표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 서울 주요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정시로 들어온 학생들은 수능에서 한 두 문제만 더 맞추면 (대학) 레벨이 달라질 거라는 아쉬움을 가지기 마련"이라며 "반수로 빠지는 학생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수시에 붙으면 반드시 입학해야 하는 만큼 학생들도 대부분 상향지원한다. 그만큼 수시 출신이 정시 출신보다 학교에 대한 애정이 많다는 게 현장의 시각이다.
박태훈 전국대학교입학관련처장협의회장(국민대 입학처장)은 "수시, 특히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들어온 학생들은 고교 시절부터 관심을 가졌던 분야로 입학하는 만큼 학교에 대한 애정이 많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희대가 분석한 '서울 10개 사립대학 입학생 대학생활 적응도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5·2016학년도 전형 유형별 입학생의 중도탈락률은 수능 위주 전형이 6.0%로 전체 평균(3.5%)보다 높았다.
반면 학생부교과 출신은 3.1%, 학종 출신은 2.5%로 각각 평균보다 낮았다. 특히 학종 출신의 중도탈락률은 수능 위주 전형 출신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 등 재정적 어려움이 심해지는 대학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이유도 고려해야 한다. 중도에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들이 많으면 수입 대부분을 등록금에서 충당하는 대학 입장에서는 타격을 입는다.


3군데만 지원할 수 있는 정시에 비해 수시는 지원가능 횟수(최대 6회)가 더 많다.
합격선이 대략 정해진 정시와 달리, 합격을 기대하는 학생들이 대거 몰려 경쟁률도 정시에 비해 높다. 전형료도 정시는 보통 3만원 선에 형성되지만 수시는 2~3배 가량 더 비싸다.


한 교육계 인사는 "대학들은 등록금 수입 측면에서 중도탈락률이 낮은 수시를 선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수시를 통한 전형료 수입도 무시 못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 지난해 12월 개최한 2019학년도 정시모집 대비 대입상담박람회에서 학부모와 수험생이 입시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제공)  

 

◇‘수능 성적순’ 대학 서열화 고착…사교육 조장 우려도


대학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정시전형 확대에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서열화 우려'다.
수능 성적이 높은 학생이 합격하는 대학 순서대로 줄세우기가 이뤄져 이른바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등 대학 이름 앞 글자를 딴 서열이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2019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는 A대학 의대에 지원하려면 300점 만점 기준(이하 수능 영어 1등급 확보 전제 및 국어·수학·탐구 원점수 기준) 290점 이상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입시기관들은 추정했다. 이어 B대학 의대가 289점 이상, C대학 의대는 288점 이상으로 예측됐다.
1점차 단위로 대학 줄세우기가 이뤄진 셈이다. 수험생들도 수능 성적에 따른 대학 서열을 감안해 대부분 지원한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 관계자는 "정시 확대로 기회의 불공정성을 완화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결과에 따른 불평등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며 "수능 성적순대로 대학 서열이 명확히 드러나기 때문에 가뜩이나 심각한 학력·학벌주의는 더욱 고착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수능 성적에 따른 대학 피라미드 서열은 이를 지키고 뒤집으려는 대학 간의 지나친 경쟁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며 "또 낮은 서열을 목도한 대학과 교직원들의 박탈감과 상실감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사교육 의존·조장 가능성도 제기된다. 매년 수능 종료 직후 입시사교육기관들은 이른바 '배치표'를 제작해 제공한다. 배치표는 입시기관이 수능 성적에 따라 지원가능한 대학·학과를 예상해 제공하는 정보다.
입시기관들은 배치표 제작을 위해 전년도 수능 분포와 자사 수험생들의 입시결과, 당해 수능을 앞두고 치러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수능 출제기관) 모의평가 성적 분석 결과, 실제 수능 가채점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다. 대학 지원에 필요한 정보를 토대로 분석했기 때문에 수험생·학부모 입장에서는 '입시 바이블'인 셈이다.


교육당국이나 4년제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은 이런 분석이나 수능 성적에 따른 대학별 합격선 등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교육부가 대입정보 제공을 위해 만든 대입정보보털 '어디가'에서도 일부 대학의 정시 합격자 평균 점수 정도만 공개하는 등 실제 대학 지원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제한적인 정보뿐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당국이나 대학들이 나서서 수능 성적과 입시결과에 따른 서열화를 조장할 수 없다"며 "결국 수험생이나 학부모는 공교육기관이나 대학이 제공하는 제한된 정보만 가지고 대학 지원 여부를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입시 사교육 기관에 의존하라고 조장하는 꼴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교육부 및 그 소속기관 등에 대한 종합감사(뉴스1 제공) 

 

◇“수능은 강남에 유리”…여론 떠밀린 與, 정시확대 방침에 속앓이


입시제도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수능을 선호하는 여론에 등을 떠밀려 2022년 입시에서 정시 비중을 끌어올릴 방침을 검토하고 있지만, 기존 수능의 부작용을 극복할 방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의 정시확대 방침에 대한 역풍도 거세다. 정의당은 "수능은 강남에 유리하다"면서 민주당의 '입시제도 궤도 수정'에 비판을 가하고 있다.


민주당의 교육위 소속 한 의원은 1일 한 통신사와의 통화에서 "사실상 수능은 고액의 과외나 학원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부유층에 유리한데도 수능을 요구하는 국민 여론이 높은 상황이라 고민이 많다"며 "수능을 봐서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없었던 학생들도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입학하는 사례도 있지만 학종의 불공정성만 크게 부각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입시에서 정시 수능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더 높은 상황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5일 CBS의뢰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에 따르면, 수능 성적을 위주로 선발하는 정시 확대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3.3%였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22.3%에 그쳤으며 '모름·무응답'은 14.4%였다.


특히 찬성 응답은 진보층(64.6%)은 물론 민주당 지지층(71.3%)과 정의당 지지층(67.5%)에서도 과반을 차지했다. 한국당 지지층의 수능 찬성(52.9%) 여론보다도 높았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과 엇박자를 내는 결과다.


앞서 2년 전만해도 민주당은 수능 절대평가를 추진했었다. 조승래 의원은 원내부대표로 활동하던 2017년 8월 정책조정회의에서 "한국교원단체가 전국 교사 207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에 대해 51.9%가 찬성을 했다"며 "수능을 개편하는 것은 입시위주의 경쟁교육으로부터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드리고,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다 수능 절대평가에 대한 반대 여론에 부딪치면서 이러한 시도는 무산됐다. 최근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특혜 의혹을 계기로 학종의 '불공정성'이 크게 부각됐다.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은 힘을 얻는 양상이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정시비중 확대' 발언을 내놓으면서 상황은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2022학년도 대입에서 정시를 '30% 이상' 반영하도록 권고했으나, 최근 들어 정시 반영 비율을 더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의 입시정책 궤도 수정에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지난달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정시수능은 고소득, 고학력, 강남에 유리하다"며 "고소득자와 강남에 유리한 정시수능의 확대로 공정성 및 형평성 저해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대입제도개선연구단의 2019년 보고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대입제도 개선방안 연구'를 들었다.

 

▲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지난달 15일 특정지역 여고에서 고3 학생들이 수능 전 마지막 모의고사를 치르고 있다. (뉴스1 제공)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6학년도에서 2018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 입학생 가운데 서울 강남 3구와 양천구 학생은 24.5%에 달한다. 보고서는 또 "강남구에서만 지난 3년간 347명이 서울대학교에 정시로 입학한 반면 인구 규모가 가장 큰 광역시인 4대 광역시 합격생을 모두 합해도 325명(대구 105, 부산 91, 광주 56, 대전 73)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수능의 '부작용'은 민주당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위 소속 박경미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보도자료를 내고 2017학년도부터 2019학년도까지 서울대학교 입학생을 낸 학교 소재지 분석 결과를 전했다.


박 의원은 "정시의 경우 강남구의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이어 서울 서초구, 경기 용인시, 서울 양천구 등 사교육 과열지구의 비중이 높았다"며 "서울대 입학자의 지역별 편중이 우려할만한 수준이며, 이는 수시보다는 정시에서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미 정시비중 확대 방침이 정해진 상태에서 민주당은 이러기도 어렵고 저러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에 빠졌다. 여론에 따라 정시수능 비중을 확대하면 또 다시 형평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일단 민주당은 수능과 학종의 단점을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입시정책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육위 소속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수능이나 학종을 막론하고 어떤 정책이든 장단점이 있다"며 "각각의 정책에 따른 부작용을 어떻게 극복할지를 중심으로 교육부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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