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경남 유일 예술영화관 씨네아트 리좀이 누적된 적자로 운영 위기라는 기사를 쓰고 난 뒤 안타깝다는 주변 의견이 많았다. 한 독자는 “창원에 예술, 독립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있다는 가치를 정작 창원 사람들은 모르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놀란 점은 예술전용영화관에 대한 지자체의 지원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었다. 리좀 하효선 대표는 미술, 음악, 연극 등 순수예술은 문화재단 등에서 지원하지만, 종합예술인 영화는 지자체 지원에서 빠져있다고 설명했다.
창원시는 지난 2017년경 디지털 영사기 임대 비용을 보조했지만, 딱 3년간만 지원하고 끊어버린 사실도 알았다. 창원시에서 매년 열리고 있는 국제민주영화제(리좀 주최)에 대한 지원도 없었다. 이에 하효선 대표는 창원시의원들에게 예술영화관 지원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 2023년 전홍표 의원이 조례안을 발의했으나, 현재 보류중이다.
경남도의 경우 영화 분야를 지원하는 기관을 찾기 어려웠다. 과거 경남도에는 영화에 대한 지원을 하는 콘텐츠진흥원이 따로 존재했으나, 홍준표 도지사 시절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 흡수하고 그 기능을 축소시켜버렸다. 영상위원회도 따로 없다.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영화 관련 경남도의 예산도 영화관보다 영화산업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하효선 대표는 영화 지원이 ‘영화산업’(시나리오, 캐스팅, 후반작업 등 제작부터 배급까지)에 대한 지원과 영화문화(영화관이나 영화제) 지원이 있다고 구분했다. 영화산업에 대한 지원은 시스템이 탄탄한 반면, 영화관에서 하는 GV(게스트 초대), 기획전, 교육프로그램 등에는 지원이 거의 없다. 이는 영화 관객들에게 혜택이 있는 직접적인 지원이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 지자체가 예술영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은 사회 인식의 문제일 수도 있다. 21년간 프랑스에서 유학했던 하 대표는 프랑스의 현황을 설명하면서 예술영화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를 기대했다. 프랑스는 예술영화관과 멀티플렉스 극장이 각각 1200개씩 거의 대등한 숫자이다. 한국의 경우 멀티플렉스가 1000개가 넘는 반면 예술영화전용관은 전국에 15개에 불과하다.
프랑스는 예술영화의 주는 교육적 효과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전시관보다 영화관에서 영화보는 수업이 더 많고, 기본적인 영화는 어릴 때 다 본다고 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어른이 돼서도 다양한 예술영화를 즐기는 성인으로 성장할 것이다.
하효선 대표는 바로 지금이 리좀을 지원할 수 있는 적기라고 이야기한다. 리좀은 올해 영상진흥위원회가 공모한 시설 개보수 및 현대화 사업에 선정돼 최신장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현재 지하 공간이 습도가 높고, 공간이 좁아 최신 장비를 갖춘다고 해도 그 장비의 효과를 발휘하기가 힘들다.
지자체에서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장소를 마련해줬으면 좋겠다. 창원시 소유 건물이면 좋고, 주차시설이나 방음시설 또한 돼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다. 기존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무튼 새로운 장소만 생긴다면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예술영화를 더 쾌적한 환경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예술영화관 하나가 경남지역에 있음으로써 지역민에게 다양한 문화적 교육적 혜택을 줄 수 있고, 인근 상권을 살아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서라도 지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