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시청역 앞에서 발생한 자동차 돌진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5명이 상해를 입은 사고가 화제가 됐다. 당시 인도와 도로 사이에 있는 차량방호울타리가 제대로 기능했다면 치명적인 사고를 예방했을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차량방호울타리는 차량의 도로 이탈을 막기 위해 도로변에 설치되는 시설이다.
국토부가 관리하는 도로의 경우, 지난 2005년 2월부터 실물충돌시험을 거쳐 성능이 검증된 방호울타리 제품만을 설치하도록 하는 성능기준을 도입했다. 실물충돌시험이란 일정 충돌조건(충돌차량의 중량, 충돌속도, 충돌각도)에서 실제 자동차를 방호울타리에 충돌시킨 후 성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이제 차량방호울타리는 국토부 관할 고속도로뿐만 아니라 지방도에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건설 전문가에 따르면 창원시의 경우, 차량방호울타리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창원시 도로에도 물론 순차적으로 성능이 검증된 차량방호울타리를 설치해야겠지만, 가장 위험한 ‘마산 봉암교’가 먼저 교체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마산 봉암교의 차량방호울타리는 설치 후 지금까지 한 번도 실물 차량충돌실험을 거치지 않았다.
먼저 ‘다리’는 다른 도로에 비해 더 위험하다. 차량이 이탈할 경우 사망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2년 경남 의령군 정암교에서 차량이 난간을 뚫고 하천으로 추락해 4명이 숨지고 6명이 크게 다친 사고가 있었다. 그 울타리 역시 안전실험을 거치지 않았다. 이 사고는 차량방호울타리의 성능 및 설치 기준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봉암교는 다른 다리에 비해 차량이 많이 이동한다. 마산과 창원을 잇는 봉암교는 현재 하루 평균 6만대가 지나다닌다. 더군다나 제2봉암교 건설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앞으로 수년간 하루 수만대의 차량이 봉암교를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실제 봉암교에서는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지난 18일 봉암교를 찾았을 때, 차량이 울타리를 들이받아 파손과 변형이 심각한 상태라는 것을 알았다.
특히 지주 4개와 보(beam)가 완전히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는데, 7월초 큰 사고로 인한 것이라고 했다.
기자는 어떤 사고인지 알아보기 위해 창원중부서에 전화해 7월초 마산봉암교에서 일어난 사건 경위를 물었다. 당시 경찰은 “봉암교에서 사고가 너무 잦아서 정확한 사고 날짜와 일시, 담당경찰이 누구인지 모르면 경위를 알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미 봉암교는 언제 파손됐는지도 모를 훼손이 많아 더욱 방호기능을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실제 울타리가 완전히 떨어져 나간 부분에서 이어진 울타리도 지주(기둥)만 있고 난간대는 떨어져 나간 곳이 있었다.
이외에도 군데군데 내장재가 다 드러나 보이는 부분, 안쪽으로 움푹 패이거나 휘어진 부분, 찍힌 부분, 이음새가 벌어진 곳 등 손상된 곳이 많았다.
마산회원구청 안전건설과는 새 울타리 교체에 대해서 “현재 정밀안전점검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 결과에 따라서 예산을 확보해 보수하거나 교체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밀안전점검이 2년마다 실시해왔음에도 구청에서는 지난 2012년 이후 국토교통부의 강화된 지침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서울 시청역 참사 이후 선제적으로 차량방호울타리를 설치하는 곳이 늘고 있다. 안전도시를 기치로 내세우는 창원시도 가장 위험한 봉암교부터 선제적으로 바꾸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