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 간 양산 용소폭포와 관련해 취재하고 보도가 된 이후 현장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추락사고가 발생한 진입로 돌담 구역은 댐 시설이라는 부분을 감안해 보수나 개선 대신 사람이 다닐 수 없도록 울타리가 설치됐고, 익수사고가 발생했던 폭포 깊은 곳 역시 진입할 수 없도록 부표가 설치됐다. 원래 물놀이를 할 수 없는 구역인 만큼 피서객 편의보다는 사고 방지에 집중한 모양이다.
현장 관리 인력도 한 명에서 두 명으로 늘었다. 두 명도 넉넉하진 않지만, 혼자보다는 낫다는 분위기다. 또 이들에게 비록 많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보수도 시에서 지급하도록 변화가 생겼다.
현장 관리 인력 중 한 명은 한 달반 전부터 이곳에서 자원봉사로 안전 관리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임상빈 씨다. 처음 현장에서 그를 만났을 때는 다부진 신체, 누가 봐도 안전요원처럼 보일만한 복장, 팔뚝에 찬 완장, 높은 곳에 올라서서 날카로운 눈으로 피서객들을 내려다보는 자세까지 당연히 시에서 고용한 전문 인력인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누가 시킨 일도 아니고, 돈을 받고 하는 일도 아닌데다 벌써 한 달째 이런 활동을 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선 내심 깜짝 놀랐다.
온전히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타인, 그것도 가족·친구 등 지인도 아닌 불특정 다수를 위해 희생하는 이런 사람이 요즘 같은 세상에 어디 있나.
그가 원하는 건 유명세도, 명예도, 물질적 보상도 아니다. 그저 사람들이 죽지 않고 다치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그 어떠한 통속적인 목적 없이 오로지 인간에 대한 사랑만으로 그 신념과 가치관을 꾸준히 실천하는 건 현대 사회의 인간에게 있어서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그의 선행을 꼭 지역 사회에 알리고 싶었다. 운이 좋게도(?) 평일 중 비가 쏟아졌던 때가 있었고, 덕분에 그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비가 안 왔다면 그는 폭포에서 안전 관리를 하고 있었을 테니 내 입장에서는 행운이었다.
우선 그는 나와 본지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 달 내내 현장에서 안전관리 활동을 하면서 여러 가지의 개선 사항, 의견 등을 시에 제시했지만 잘 바뀌지 않다가 본지를 비롯한 양산 지역의 언론 취재 및 보도가 시작된 이후 속도가 붙었고 자신이 그것을 체감할 만큼 단기간에 빠른 변화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멋쩍게 웃으며 그는 말했다. “역시 언론의 힘이 대단하긴 하네요~”
그와 대화를 나누며 전반적으로 나와 가치관의 방향성, 결이 비슷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다만 그가 인간에 대한 사랑·연민을 타인에게 직접 실천하는 능력, 이에 대해 지금껏 고민해온 생각의 깊이는 월등히 높은 수준의 인간이다. 기자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쯤 편집국장님께 받은 가르침이 떠오른다. 기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바로 인간에 대한 관심과 사랑, 연민이라고.
임씨가 했던 수많은 말 중 기억에 남는 말 중 하나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국가와 국민을 위해 좋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신념이다.
현재의 우리 사회는 물질주의·개인주의에 찌들어 있다. 경제학 등 일부 학문에서는 이것들이 시장을 작동하게 하는 기본 원리로 통한다지만 요즘은 긍정적인 수준을 넘어 불평등·차별·경쟁을 심화시키고 사회적 결속력마저 약화시키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고 본다.
그의 말마따나 사회 구성원들이 조금만 자신을 내려놓고, 나보다 조금만 더 나보다 타인을 생각하고, 사회와 국가를 위하려는 태도를 갖춘다면 조금은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