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김해여성복지회관 관장 장정임 시인
가야 지역성·생활상·사상·역사 등 담아
‘나는 가리라 / 아름다운 김해로 / 열정과 게으름으로 활기차고 나른한 / 신화와 젊음의 도시 / 고풍과 새로움으로 뒤섞이며 / 무덤 위에서 다시 솟는 곳 / 아직 땅속 깊이 보물을 묻어둔 채 / 사라져 가는 황금 벌판으로’
찬란했던 가야 역사와 김해 지역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시집이 세상에 나왔다.
김해여성복지회관 관장 출신 장정임 시인의 ‘가야국 유사’다.
시집은 가야국, 김수로왕, 허왕후, 구지봉, 철기술, 아유타, 어방, 파사석탑 등 가야·김해와 밀접하게 관련된 단어와 문장들을 제목으로 한 시 64편으로 구성됐다.
시집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들여다보면 ▲김해와 가야국의 지역성 ▲이곳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았는가 ▲김수로왕과 허왕후의 사랑 ▲가야인들의 도전정신 및 사상과 불교 역사 등의 순으로 짜여 있다.
30년 째 김해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지역 곳곳에 묻어있는 가야의 흔적이 신비롭기만 하다는 장 시인은 “이렇게 평화롭고 아름다운 지역은 또 없을 것”이라며 “들판과 강변에서 하늘을 보며 역사를 떠올렸고 옛 골목과 담벼락에서 먼저 살다 간 사람들을 상상했다. 또 수많은 유적, 박물관, 은하사 등은 그들의 이야기를 더 생생하게 만들어줬다. 다른 많은 사람이 이러한 감정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허왕후의 존재에 심취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했다. 허왕후는 역사적으로 ‘허수로왕’이라고 불리기도 했을 만큼 남편인 수로왕과 거의 동등한 사회적 위치의 왕비였고, 허왕후의 이러한 ‘평등의 역사’가 곧 현대 사회에서 문제가 되곤 하는 남녀불평등 이슈의 실마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허왕후는 어떤 여자였을까?’라는 궁금증으로 그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지난 2003년부터는 4년간 허황옥 축제를 직접 기획해 열기도 하고, 2009년에는 ‘가야 여왕 허황옥’을 제작해 전국 곳곳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 뮤지컬에 쓰였던 가사가 이번 시집의 시 중 일부에 들어있기도 하다.
장 시인은 “허왕후와 김수로왕의 신묘한 전설은 아는 만큼 보인다. 정말 매력적이다. 그래서 이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축제를 만들고자 공부하고 관광을 개발하던 시절이 있었다”며 “사실 너무나 힘들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꿈처럼 즐거웠기도 하다”고 회상했다.
이번 시집을 낸 이유 역시 비슷하다. 장 시인은 “그들의 목소리를 서사시로 만든 것은 김해에오는 사람들, 김해에 사는 사람들이 멋진 가야와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을 느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가야 역사를 기반으로 상상력도 더했다”며 “특히 지역 사람들이 많이 읽고 김해와 가야를 더 많이 사랑하게 됐으면 좋겠다. 일부러 책값도 낮게 잡았다”고 웃었다.
이어 “이런 내용이 향후 김해의 문화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시집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씨앗이 되어서 다른 여러 종류의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피어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장 시인은 지난 1988년 한국작가회의 문학무크 ‘여성운동과 문학 1집’으로 등단했다. 이후 1992년 정신대 문제를 다룬 시집 ‘그대 조선의 십자가여’를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출판했다. 2004년에는 시집 ‘마녀처럼’을 냈으며 2003년부터는 4년간 허황옥 축제를 성공적으로 기획, 운영한 공으로 ‘가야 문화상’과 ‘올해의 여성 신진 문화인상’을 받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