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중심 의정’에 대한 확고한 의지
20일 오전, 경남도의회 청사 앞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본회의가 없는 날이었지만 곳곳의 상임위원회 회의실에서는 현안 검토가 한창이었고, 의회 직원들의 발걸음도 바쁘게 이어졌다. 의장실 문을 열자 최학범 경남도의회 의장은 여유 있는 미소로 자리에서 일어나 기자들을 맞이했다. 악수를 나누며 “도의회가 도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에 어떤 해법을 제시해야 할지, 오늘 솔직하게 말씀드리겠다”고 운을 뗐다. 그의 표정에서는 무게감과 동시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1. 의장님께서는 도의회 입성 이후 다양한 의정활동을 펼쳐오셨습니다. 경남도의회 의장으로서 자신을 어떻게 소개하고 싶으신가요?
먼저, 존경하는 330만 도민 여러분과 동료 의원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것입니다.
이 자리를 통해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스스로를 ‘도민의 삶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호흡하는 의장’으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좋은 정책과 의정활동의 시작은 언제나 '도민의 목소리' 그 자체라고 믿습니다. 의회 회의실과 서류만으로는 알 수 없는 민생의 어려움, 그리고 도민 한 분 한 분의 절실한 바람을 직접 듣고 느끼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치에 입문한 이후 지금까지 변치않고, 더 낮은 자세로 도민의 삶 속으로 들어가려 노력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도민 한 분 한 분의 삶을 대변하는 심부름꾼으로서, 가장 낮은 자세로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도민의 행복과 경남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습니다.
2. 도의회 운영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철학이나 방향성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12대 후반기 경남도의회의 의정 목표이자, 제가 의장으로서 흔들림 없이 지켜가고자 하는 최우선의 가치는 ‘도민과 함께하는 신뢰받는 민생의회’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도민의 먹고사는 문제만큼 시급하고 중요한 현안은 없기 때문에 모든 의정활동 과정에서 ‘민생’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조례 하나를 만들더라도 도민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예산을 심의할 때도 세금이 꼭 필요한 곳에 쓰이는지를 가장 먼저 살피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은 ‘신뢰’를 바탕으로 ‘도민과 함께’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도의회가 집행부를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하는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 모든 의정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도민들께서 믿고 응원할 수 있는 의회가 되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3. 최근 집중호우로 경남 곳곳에 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현재까지의 복구 상황과 도의회의 대응 현황을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먼저 이번 집중호우로 말로 다 할 수 없는 큰 고통을 겪고 계신 모든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우리 의회에서는 호우 피해가 발생한 즉시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긴급 확대의장단 회의를 소집하여 의회 차원의 총력 대응을 결의했으며,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산청·의령·함안 등 피해 현장으로 달려가 상황을 점검하고 주민들의 아픔을 위로하였습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의원들과 사무처 직원들은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토사를 치우고 침수 가옥을 정리하며 복구 활동에 힘을 보탰으며, 의원과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1,000만 원 이상의 성금도 구호 물품과 함께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일상으로의 복구를 위한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피해 규모가 워낙 커 온전히 예전으로 돌아가기에는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도민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4. 폭우 피해 복구 외에도 향후 기후위기 대응이나 재해 예방을 위한 제도적 보완책은 어떻게 마련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복구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기후 위기 시대에 맞는 재해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재난은 더 이상 예측 불가능한 천재지변이 아니라, 충분히 대비하고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사회적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의회는 이번 수해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우선, 기존 재난·안전 관련 조례들이 현재의 기후 위기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고 대응할 수 있는지 꼼꼼히 점검해 보겠습니다.
각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노후 시설물 관리, 재해 취약지역 데이터베이스 구축, 예·경보 시스템의 고도화 등 도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사항들을 꼼꼼히 챙겨보고 조례 입법 등 제도화에 힘쓰겠습니다.
또한, 재해 예방 사업과 관련 인프라 확충에 필요한 예산이 최우선으로 확보될 수 있도록 집행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감시하며, 도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안전한 경남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5. 현재 미국과의 통상협상, 관세 이슈 등으로 인해 경남의 제조업과 농축산업 모두가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의장님께서 느끼시는 경남 경제의 현주소는 어떻습니까?
잘 아시겠지만 우리 지역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대내외적인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 경남의 주력 산업인 제조업과 농축산업이 동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의장으로서 마음이 무겁고 걱정도 많습니다.
경남 경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촘촘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구조입니다.
대기업의 수출 부진은 곧바로 협력 중소기업의 생산량 감소와 경영난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과 소득 감소로 파급됩니다.
결국 이렇게 위축된 소비 심리는 전통시장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분들의 어려움으로까지 번지게 됩니다. 하나의 위기가 연쇄적으로 지역 경제 전체를 위협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여기에 농축산물 시장 개방 압력까지 더해지면서, 농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 이중고를 극복하기 위해 의회와 집행부가 머리를 맞대고 비상한 각오로 대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6. 경기 침체와 수출 둔화로 인해 일자리와 민생 문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도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나아지게 하기 위한 의회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위기 극복의 해법은 결국 '민생'에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의회는 도민의 삶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합니다. 선언에 그치지 않고, 의회가 가진 입법권과 예산 심의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도민의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덜어드리는 것이 저희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도민의 가계 부담을 줄이는 민생 입법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처리한 안건의 절반 이상이 민생 안건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공동주택 관리비 절감 지원 조례’처럼 서민 생활과 직결된 제도를 만들고 , ‘비수도권 법인세 차등 적용 건의’처럼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유도하는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재정이 꼭 필요한 곳에 신속히 투입되도록 행정사무감사와 예산 심의를 통해 불필요한 예산은 과감히 줄이고, 그 재원을 소상공인 지원, 취약계층 보호, 일자리 창출 사업 등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7. 경남은 청년 유출과 고령화 문제, 농촌 공동화 등 구조적 고민도 안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지역 균형 발전 정책 방향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청년 유출과 고령화로 인한 지역소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경남의 최우선 현안입니다. 저는 이 구조적 위기를 극복할 가장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가 바로 부울경의 ‘행정통합’ 이나 ‘메가시티’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도권으로 모든 것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경남·부산이 통합을 통해 중복 투자를 줄이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야만 수도권에 버금가는 새로운 성장축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통합의 지향점은 우리 청년들이 더 이상 일자리나 교육, 문화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날 필요가 없는 새로운 경남을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부산·경남이 하나의 광역 경제권이자 생활권이 되어, 풍부한 양질의 일자리와 더 나은 미래를 제공하여 꿈을 펼치고 안정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활력 넘치는 경남을 만드는 것이 바로 지역소멸을 막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믿습니다.
8. 의장님께서는 도의회 수장으로서의 임기를 넘어 어떤 정치적 꿈이나 비전을 가지고 계신가요?
3선 도의원을 거쳐 도의회 의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것은 제 개인의 영광이자, 도민 여러분께서 주신 과분한 사랑 덕분입니다. 그렇기에 임기 후의 저의 개인적인 영달을 생각하기보다는, 남은 임기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도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특정 자리를 목표로 두기보다는, 제가 어느 자리에 있든 경남의 발전에 기여할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정치적인 꿈과 비전을 묻는다면, ‘어떤 자리’가 아닌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경상남도와 제가 나고 자란 김해시의 발전, 그리고 도민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것, 그것이 변함없는 저의 정치적 비전이자 목표입니다.
9. 지금 이 위기의 시기를 함께 이겨내기 위해 도민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330만 도민 여러분, 어려운 시기에도 의회를 믿고 항상 따뜻한 성원과 격려를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최근의 여러 위기로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경남 도민들은 언제나 위기 속에서 더욱 단단해지고, 함께 힘을 모아 역경을 이겨내 온 저력이 있습니다. 저는 우리 도민들의 그 위대한 힘과 능력을 믿습니다.
저를 비롯한 64명의 도의원 모두는 ‘도민의 삶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여러분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습니다. 의회가 어렵고 먼 곳이 아니라, 힘들 때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의자나 언덕이 될 수 있도록 항상 낮은 자세로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겠습니다.
지금의 위기를 반드시 새로운 기회가 될 것입니다. 더욱 희망찬 경남의 내일을 열기 위해 모두 함께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된 대화의 끝은 자연스럽게 ‘도민을 위한 의정’으로 모아졌다. 인터뷰 주제와는 다르게 지역 의료 공백 해소부터 청년 일자리, 산업 구조 전환, 농어촌 현안까지 다양한 주제를 오가며 최 의장은 도의회의 역할을 “갈등을 조정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민의의 장”으로 규정했다. 그는 “도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도민의 목소리를 더 가깝게 듣고 반영할 때 비로소 진정한 지방자치가 실현된다”며 “경남도의회가 행정 견제에 머무르지 않고 도민의 행복을 만드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 의장은 “저 역시 도민이 부여해 준 의장직의 무게를 잊지 않고, 초심을 지켜가겠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그의 말에는 책임감과 함께 ‘도민 중심 의정’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