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의 삶과 죽음·연대의 무게 담은 ‘노동시’의 묵직한 목소리
노동과 문학의 경계에서 시를 써온 양진모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달빛무대’(도서출판 ‘등’)를 펴냈다.
산업 현장에서의 삶과 고단한 노동의 기록을 시의 언어로 담아낸 이번 시집은,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일상 뒤편의 풍경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달빛무대’는 4부 구성으로 노동과 인간의 삶을 조망한다. 1부 ‘시간이 머무는 섬’에서는 고요한 일상과 감정의 결을 포착하고,
2부 ‘작업장 담을 넘어’는 산업 현장의 구체적 풍경과 부조리를 고발한다.
3부 ‘소소한 하루’는 노동자의 삶 속 사소하지만 중요한 감정들을 조명하며, 4부 ‘도화지’에는 죽음과 예술, 인간의 존재성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담겼다.
각 부는 시인의 자전적 체험과 사회적 메시지가 어우러지며, 노동이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선 존재의 무게임을 시적으로 풀어낸다.
소설가 김홍정은 해설에서 “양진모 시인은 불편함의 증언을 피하지 않는다. 그는 편안한 시적 상징을 거부하고, 막장의 어둠 속에서 손전등을 켠다. 그 빛은 곧 시의 언어”라고 평했다.
실제로 시집 곳곳에는 산업재해, 하청 구조, 비정규직의 고통, 사회적 소외와 같은 주제가 등장하며, 시인은 이를 감상적인 표현이 아닌 날것의 언어로 마주하게 한다.
양진모 시인은 “내가 직접 겪은 현실이 곧 시의 출발점이었다”며 “시를 쓴다는 건 어떤 사실을 고발하는 것과 동시에 누군가의 삶을 증언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의 시 속에는 ‘하청의 하청으로 이름도 없이 죽어간 동료’, ‘철거 현장에서 부러진 몸을 붙잡고 울던 밤’, ‘길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숨소리’ 등이 담겨 있다.
그럼에도 시인은 절망보다는 그 안에 숨어 있는 연대와 희망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달빛무대’는 단지 한 시인의 자전적 기록을 넘어서 현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은유적으로 조명하는 사회시이자, 노동시의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다.
보이지 않는 이들의 삶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겠다는 시인의 의지는 제목 ‘달빛무대’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 시집은 묻혀 있던 노동의 언어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노동자의 몸과 마음, 시간을 기록하는 문학의 몫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일깨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