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창원시정연구원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가 국립창원대학교 박민원 총장의 인상 깊은 강연을 들었다. 이날 행사는 ‘청년과 전문인력이 창원을 빠져나가는 위기 시점에서 어떻게 하면 사람을 끌어들이고 머물게 할 수 있는지’ 대안을 찾고자 마련됐다.
기조강연에 나선 박민원 총장은 지역대학이 지역과 공생하기 위해 창원 산업의 장점에 맞게 대학도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창원시가 방위산업과 전자산업, 원전산업이 크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지역의 DNA(Defence, Nuclear, Autonomous)와 대학의 DNA를 일치시킨 대학발전 전략을 소개했다. 이를 위해 학과를 재편하고 교수를 다시 뽑고, 커리큘럼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박 총장의 강연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좋은 소식이 들렸다.
국립창원대가 경남지역에서 유일하게 교육부 ‘글로컬랩’ 사업에 최종 선점됨으로써 대학 DNA+연구소는 9년 간 총 180억원(정부지원금 135억원, 지자체 등 45억원)을 지원받아 사업을 수행하게 된 것. 정부도 박 총장의 방향에 공감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지역 소멸, 학령 인구가 감소하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고전분투하는 박민원 총장의 모습을 보면 참으로 흐뭇하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지역과의 상생보다는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교수나, 수익사업에만 몰두하는 대학 법인을 보면 화가 난다.
실제 지난 5월 국립창원대 내부에서 때 아닌 교수 노조를 만들어 대학본부의 개혁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최근 한 국립창원대 교수는 지역신문 기고를 통해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정책과 구성원을 비판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부디 그 교수는 나무보다 숲을 보길 바란다.
최근 마산의 한 사립대학교의 부동산 수익사업 논란을 보면서 대학의 올바른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그 대학은 마산합포구 중성동 일대 부지를 사들여 교육 목적이 아닌, 부동산 수익사업을 해온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특히 해당 대학은 지난 2014년경 EX트레이닝 센터를 열어 지역주민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었다.
당시 운동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EX트레이닝 센터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수익사업을 했었고, 인근 마사지샵 등 유사업종에서 반대가 심했다.
굳이 인근 상인들에게 피해를 주면서면서까지 수익사업을 강행했어야 했을까.
또 해당 대학은 학생 기숙사로 쓸 것이라며 매입했던 건물을 현재 기숙사로 쓰지 않고, 폐허가 된 채로 방치해 지역상권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었다.
이외에도 인근 사립대학교들도 부동산 수익사업으로 논란이 됐다. 김해 소재 한 대학교는 지난 2022년 병원 건립을 명분으로 김해시로부터 특별 공급받은 의료부지를 장기간 활용하지 못한 채 부동산 개발업체에 매각했고, 이 과정에서 수백억 원대 이익을 얻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또한 부산의 한 대학도 1996년 진해 보배지구 물류단지에 단과대학의 연구단지를 만든다며 땅을 헐값에 샀다가 20년 만에 팔고 나가면서 ‘땅장사’ 논란에 휩싸인 적도 있다.
위의 사례들은 국가와 지역에서 지원받는 지역대학교의 올바른 방향이라고 보기 힘들다. 이와 대조적으로 최근 국립창원대학교가 현재 인구 유출을 막고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사업들(DNA+연구소의 활동이나, 학생 안전을 위해 학교 내 차량을 우회하게 하고, 주민과 학생에게 쉼터를 제공하기 위해 생활관 앞에 연못을 만들거나, 학교 앞 용동공원 부지를 정리하는 등)에서 지역대학의 바른 역할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