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와 성찰 사이, 치유의 서정을 담다
창원에서 활동하는 백서연 시인이 신간 시조집 『파문 또는 합집합』(도서출판 고요아침, 운문정신 084)을 펴냈다. 이번 시집은 총 4부로 나뉘어 103쪽 분량 속에 깊이 있는 성찰과 치유적 서정을 담아냈다.
백서연 시인은 2014년 『경남문학』과 『시조시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경남문학 우수작품상, 한국예술복지재단 창작지원금(2021), 경남문화예술진흥원 문예지원금(2025) 등을 받으며 작품 세계를 넓혀왔다. 현재 경남문협, 창원문협, 열린시학회, 오늘의시조시인회의, 시향문학회, 가향문학회 등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번 시집은 시인의 딸 이시은 씨가 직접 삽화를 맡아 눈길을 끈다. 이 씨는 이화여대 서양화과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일러스트레이터로, 2024년 독립출판물 『유리주사위』를 선보인 바 있다. 모녀가 함께 참여한 시집이라는 점에서 문학과 미술의 따뜻한 교차점을 보여준다.
시집 제목과 같은 작품 「파문 또는 합집합」은 호수와 빗방울의 이미지를 통해 내면의 상처와 성찰을 서정적으로 풀어냈다는 평을 듣는다.
“호수는 빗방울을 빠르게 흡수한다 / 차디찬 빗살무늬에 긁힌 맘 읽기도 전 / 아무도 알아챌 수 없이 슬픔을 보듬는다…”
비평가들의 반응도 주목된다. 경기대 명예교수 이지엽 시인은 “백서연의 작품에는 친숙함과 동시에 새로움이 공존한다”며 “우화적인 장치 속에 비판적 시선을 담고, 낯설게 하기를 통해 시적 긴장과 탄력을 부여한다”고 평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생에 대한 성찰과 치유의 힘이 돋보이며, 세상을 긍정적으로 끌어안는 태도에서 서정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형식의 미학, 개성, 절제와 균형, 언어의 생동감’을 두루 갖추었을 때 좋은 시조라 말한다. 이를테면 군더더기 없는 문장 속에 강렬한 이미지와 개성 있는 언어가 드러나는 시조가 그런 부류라면 시인의 시조는 분명 좋은 시조라 칭할 수 있다.
백서연 시인은 발간의 변을 통해 “나의 시들이 날개를 달고 독자 곁에 머물며 또 다른 생명의 꽃으로 피어나기를 바란다”며 “특히 틈틈이 삽화를 그려준 딸에게 감사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파문 또는 합집합』은 계절의 무늬 속에서 삶을 돌아보게 하고, 독자들에게 따뜻한 치유와 성찰을 건네는 시집이다. 시인의 언어가 가을의 책갈피처럼 독자 곁에 다가가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