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 황원식 기자

최근 이태원 핼러원 참사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이 우울증과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다 자살하는 일이 연이어 일어났다. 실제 대형참사에 출동한 일선 소방관들이 우울증이나 PTSD 등 정신질환을 앓는 비율이 높다고 한다.

소방청이 지난해 소방관 6만1097명을 대상으로 마음 건강 설문조사를 실시해보니 3141명(5.2%)가 자살위험군에 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PTSD를 겪은 소방관은 4375명(7.2%), 우울증은 3937명(6.5%)로 나타났다. 이러한 정신질환 비율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고 한다.

참사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관의 특성상 PTSD로부터 우울증이 파생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PTSD를 줄일 수 있을까. 

참고로 기자는 지난 2017년 마음건강에 관심이 많아 ‘공황과 불안의 극복’이라는 책을 펴내면서 심리학 자료를 많이 모았다.

먼저 사회적 차원에서 소방관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 더 높아져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 세계2차 대전이나 한국전쟁에 참여한 미국 군인들은 PTSD를 앓는 비중이 낮았던 반면, 베트남전에 참전한 군인은 PTSD 비율이 높았다. 

전자는 국가에서 충분한 예우를 했고, 후자는 당국과 국제사회로부터 비도덕적인 전쟁 참여라는 사회적 지탄을 받은 점이 달랐다.

우리나라도 대형 참사 사건에 출동한 소방관에 대해 충분한 예우와 존중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지난달 사망한 고성군 40대 소방관이 죽기 두 달 전쯤 인사혁신처에 공무상 요양을 신청했음에도 ‘업무와 질병의 연관성을 인정받지 못해’ 불승인 받은 사건에 대해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한 사회적으로 심리상담이나 정신과 병원에 방문한다는 사실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사라져야 할 것이다. 그런 마음의 부담을 버리고 소방관이 부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져야 한다.

이런 분위기가 자연스럽다면, 다음으로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집단 심리치료’를 병행했으면 한다. 현재 치료 과정을 살펴보니 소방관의 개인 심리 상담이나 치료의 비중이 높았다.

실제 미국의 경우 지난 2001년 9.11테러 이후, 그 현장에 있었거나 가까이서 테러를 목격한 이들, 또는 유가족들은 그룹으로 집단 심리치료에 많이 참여했다. 이들은 같은 경험을 공유했기에 서로 아픔을 공감할 수 있었고, 많은 대화를 통해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그때의 일을 그냥 웃으면서 만화처럼 이야기 하는 치료기법(트라우마를 단순한 에피소드로 전환하려는 기법)은 큰 효과가 있었다. 서로 연결된 인간관계가 주는 위안도 있었을 것이다.

심리치료 외에도 종교적인 방식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소방관은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사람을 다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을 수도 있고, 죽음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죽음에 대한 두려움 자체에 고통 받았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그 참담한 현장을 직접 보지 않았기에 이들이 느끼는 정신적 고통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내 책에 나온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있었던 기자는 불교에서 말하는 무상(無常)의 원리를 깨닫고는 활력을 되찾았다. 

고타마 싯다르타가 어릴 적 벌레가 새에게 잡아먹히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벌레가 꿈틀거리는 것이 엄청난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것이라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부처는 훗날 그 고통으로 보이는 순간도 고정되지 않았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가령, 기독교에서 죽음은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전환점일 수도 있고, 불교에서 죽음은 윤회에 따른 새로운 삶의 씨앗일 수도 있다. 

이렇듯 무상(無常)의 가르침은 당연했던 나의 관념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는 인지적 치료법이다. PTSD에도 유용한 치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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