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한 주가 시작되는 구월 넷째 월요일이다. 주말은 고향 선산을 찾아 벌초하고 텃밭 작물을 돌봤다. 고향 흙내음을 맡을 빻은 쌀과 밤톨을 주워 왔다. 텃밭에서는 싹이 돋아 싱그러운 무와 배추를 살펴 벌레를 잡아주고 북을 돋워줬다. 다음에 그곳으로 들리면 무를 솎아 주고 고구마도 캐 나와야 할 처지다. 자유롭게 산천을 주유하면서도 놀이터가 한 군데 더 생긴 격이다.
월요일 아침나절은 강가로 나가 산책하려고 길을 나섰다. 원이대로 의창구청 정류소에서 본포로 가는 31번 버스를 탔다. 본포로 곧장 가 북면 온천장에 이르는 30번은 연방 떠난 뒤라 31번을 탔더니 주남저수지와 산남저수지를 둘러 가술에서 모산을 거쳐 강가로 올랐다. 신전에서 상옥정을 지난 활천에서 내렸다. 종점 본포가 가깝고 학포로 건너는 강심으로는 본포교가 걸쳐졌다.
버스에서 내린 활천 동구에는 ‘조수미 고향’이라는 푯말이 세워져 있었다. 세계적 성악가 조수미 부친이 그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고 모친은 이웃 마을 가곡이 친정이다. 해방 전후 두 집안은 그곳에서 면장과 조합장을 지낸 지역 유지였다. 조수미의 숙부는 마산 부시장을 지내기도 했고 막내 숙부는 활천에서 단감 농사를 짓고 산다는 얘기를 언젠가 현지 노인으로부터 들은 적 있다.
본포에서 학포로 건너는 본포교를 걸어서 지났다. 창녕함안보를 빠져나온 물길은 수산과 삼랑진으로 유장하게 흘렀다. 1킬로미터가 넘을 다리를 걸어서 지나자 아침 해가 솟아 내리비친 햇살에 강물은 윤슬로 빛이 났다. 강 언저리로는 갯버들이 무성하게 자라 원시림을 방불하게 했다. 상류 유역으로 북면 수변 생태공원과 맑은 물길이 가장자리로 퍼져 잔잔한 호수를 보는 듯했다.
학포에 이르러 둑길을 따라 청도천이 샛강으로 흘러드는 반월로 향했다. 반학교를 건너자 밀양 초동면 반월 강가 습지는 수변 생태공원이다. 꿩들과 고라니들의 천국이라 우거진 덤불 어디선가 녀석들이 먹이활동을 하거나 쌔근쌔근 잠자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둑길에서 습지 생태공원으로 내려서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지난봄에도 한 차례 지났는데 여름은 건너뛰어 가을이다.
창원은 도심에 기계공단이 들어섰고 한반도 동남쪽에 연안 바다를 낀 해양 도시라 할 수 있다. 그와 함께 북으로 북면과 동읍과 대산으로 낙동강이 감싸 흘러 기름진 경작지를 둔 농업지대다.
북녘에서부터 시작된 가을은 강을 건너 먼저 와 닿은 곳이 낙동강 언저리다. 바이칼 호수나 우수리강 습지에 터 잡아 사는 철새들은 따뜻한 서식지를 찾아 남녘으로 내려오는 중이지 싶다.
백두산 천지는 지금쯤 결빙이 되고 눈이 쌓여가고 있을 테다. 설악산 대청봉에서 시작된 첫 단풍은 밤사이도 쉼 없이 물들어 남으로 내려오는 중이다. 가을이 어디쯤 와 있는가 싶어 마중을 나간 셈이다.
반월 둔치 생태 습지는 봄에는 꽃양귀비로 알려졌고 가을에는 코스모스꽃을 피워 초동 연가길로 명명됐다. 수양버들이 포물선을 그리며 가지들 드리운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올여름은 유난히 무더웠는지라 산책로 길섶 코스모스는 물 부족으로 생육이 부진한 속에 잡초에 눌려 자랐다. 당국에서는 노인 일자리 창출을 겸한 할머니들에게 더위가 심한 한낮에 일을 시킬 수 없어 뒤늦게 김을 매도록 해 꽃길 잡초 제거는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차양을 가린 머릿수건을 두른 여남은 명 넘을 부녀들이 호미를 들고 야윈 코스모스만 남긴 김을 매느라 수고했다.
코스모스 꽃길을 단장하는 들머리는 아스타를 심는 인부들도 보였다. 곡강을 거쳐 제1 수산교를 건너 마을버스로 가술로 와 ‘본포 물길’을 남겼다. “샛강에 모여드는 부유물 가라앉혀 / 흙탕물 걸러내어 맑은 물 자정시킨 / 강줄기 포구를 스쳐 너울너울 흐른다 // 아침 해 솟아올라 윤슬로 반짝이고 / 골마다 서린 사연 물 위에 둥둥 띄워 / 갯버들 호위무사로 가장자리 지킨다”
作 25.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