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 속 존재의 의미를
끊임없이 찾으려는 시도” 해석
소설, 시조, 시 등 문학 전반에 걸쳐 왕성환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안창섭 시인이 그의 두 번째 시집 ‘도(道)시(詩)락(樂)이 돌아오는 시간’을 펴냈다.
제목에 드러난 ‘도시락’은 흔히 집을 벗어난 곳에서 식사하기 위해, 소풍가는 듯한 분위기의 즐거움(樂)이 연상되지만 이번 시집에서는 아이러니하게 씁쓸함이 느껴진다.
이번 안창섭 시인의 시집을 보고 김정수 시인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끊임없이 찾으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존재의 의미는 사랑의 상처와 그리움을 주제로 한 ‘세계의 자아화’라는 전형적인 서정시의 방식을 택하지만, 시인으로서의 위치와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초월 의지는 낯선 언어와 형식을 지향한다. 그래서 그의 시는 쉽지 않다.
시는 총 5부로 나눠져 있다. 1부(풋사과처럼 덜 익은 시간), 2부(그리움을 편집하는 시간), 3부(무명시인의 시간), 4부(한 박자 쉬고 세 박자 울고 가는 시간), 5부(심장에 문장을 새기는 시간)이다.
이 구성에 대해 김정수 시인은 꽃 진 자리에 열린 ‘풋사과’같은 현재성과 존재성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증명하고자 했다고 해설한다.
가령 시인을 한 그루 사과나무라 가정한다면, 현재(1부)는 풋사과처럼 덜 익은 시간을 통과하는 중인 미성숙 상태라고 봤다.
2부는 그리움을 편집하고, 3부는 나의 존재성을 확인하고, 4부는 세계와 울고 웃고, 5부에서는 심장에 문장을 새기는 시인으로 각인되는 시간을 거치면서 한층 성숙한 사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완숙한 사과의 단맛을 지향하지만, 여러 맛이 혼재한 지점에 여전히 그의 시가 놓여 있다. (중략) 이번 시집을 읽다 보면 낯익으면서도 낯선 감각을 수시로 만나게 된다. 신맛인 듯하면서 떫은맛, 단맛인 듯하면서 쓴맛이 느껴지는데, 높은 당도에 이르기 전의 오묘한 맛은 독자를 당황케 한다. 아른 맛에 뱉어버리고 싶은 충동도 일지만, 참고 씹어 먹다보면 농익은 사과에서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그 맛은 표현 방식일 수도 있고, 시적 지향점일수도 있다.’ (김정수 시인의 해설)
안창섭 시인은 2015년 ‘월간문학’ 시조로 등단했다. 2019년 계간 ‘창작21’ 시, 2021년에는 계간 ‘소설미학’에 소설가로도 등단했다.
또한 성호문학 본상(2021년)과 아르코 발표 지원을 수혜(2022년)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