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민으로써, 그리고 김해지역을 담당하는 기자로써 9월 30일은 내게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지난 2019년 이날은 ‘김해 방화셔터 사고’가 발생한 날이다.

이날 아침, 평소처럼 등교하던 당시 2학년 홍서홍 군(이하 서홍이)은 계단을 오르던 중 갑자기 내려온 방화셔터에 목 부분이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급히 현장에 달려온 교사들이 심폐소생술로 서홍이를 구조한 덕에 다행히 생명엔 지장이 없었지만 의식을 되찾지 못했고 이후 저산소성 뇌손상과 사지마비, 언어 능력 상실 등 회복이 어려운 수준의 중증 후유증을 입었다.

서홍이는 한창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스스로 숨 쉬고 움직이는 기본적인 일조차 할 수 없게 된 비극적인 일을 당했다. 

아무 잘못도 없는 서홍이가, 그리고 서홍이의 가족들이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걸까. 내 일도 아니지만 너무나 마음이 아팠고, 괜히 이 현실이 밉고 야속했다.

올해로 사고가 난지 벌써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매년 이 시기가 되거나 기회가 생길 때마다 서홍이와 가족들의 소식과 근황을 기사로 다루고 글로 쓰면서 지역사회에 전파하고자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이 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빠르게 식어갔다.

사고 직후 언론들은 연일 소식을 전했고, 시민단체와 지역사회도 나서 후원을 이어갔다. 

하지만 해가 지나갈수록 자연스럽게 보도의 빈도는 줄었고, 모금액도 감소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건은 점차 잊혀져갔지만 서홍이와 가족들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실제로 서홍이는 여전히 병상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이 사고는 한 학생의 단순한 불운이라기보다는 안전 관리의 허술함이 낳은 비극이자 인재였다. 

방화셔터는 화재 시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한 장치지만, 경고음과 안전 센서 등 필수적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관리 주체의 무책임한 조작이 결국 비극을 낳았다.

서홍이 가족들에게 가장 먼저 닥친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경제적 고통이었다. 

후원, 모금 등이 이어졌다고는 하지만 이는 고정 수입이 아니다. 의료비와 간병비, 장기 입원에 따른 숙식비와 교통비, 재활치료비 등 매달 수백만 원을 넘어서는 돈을 가족들이 온전히 부담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현실이다.

그러나 당시 학교안전법은 치료비 일부만 지원할 뿐 간병비에 대한 규정이 없었다. 즉 아이가 중증 후유장애를 입어 평생 돌봄이 필요하게 되더라도 국가와 제도가 책임져 주지 않았던 것이다. 

가족은 학교 측과 교육청 등에 수차례 호소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차가운 말뿐이었다. 결국 가족들은 모금 운동과 시민사회의 자발적 도움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 생명이 무너진 뒤에야 제도의 빈틈이 드러난 셈이다.

지난 2021년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이듬해 3월 25일부터 시행, 간병비의 절반가량을 지원받게 되면서 상황이 그나마 나아졌다고는 들었다. 그러나 이 법도 서홍이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온전히 덜어줄 수는 없었다.

지원 인정 기준이 엄격해 실제로 혜택을 받기까지 과정이 까다롭고, 재활 치료나 심리적 돌봄 같은 장기적 비용은 여전히 보상 범위 밖에 놓여 있다. 

법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예산과 행정 절차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피해자 가족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서홍이의 가족들은 사고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매달 수백만 원에 이르는 비용을 감당하며, 오직 서홍이의 회복만을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서홍이 어머니 이길예 씨와 통화를 하며 듣게 된 긍정적인 소식은 서홍이가 조금씩이라도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취재 당시에는 약간의 표정이 생기고, 눈동자를 움직이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아예 얼굴에 웃음기가 보일 정도의 감정표현까지 가능해졌다고 한다. 

다만 여전히 걷기, 말하기, 먹기 등의 일상생활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꾸준한 재활치료와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 덕에 서홍이의 상태가 갈수록 호전되고 있다는 점은 기자인 나까지도 이 일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서홍이가 일상을 회복하는 기적이 언젠가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서홍이와 같은 불의의 피해자가 언제 어디서든 다시 나오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따라서 학교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전면 재정비, 피난 설비·비상전력·안전 경보 시스템 등 모든 안전장치에 대한 정기적·강제적인 점검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학교장의 안전 책임이 법적으로 규정돼야 한다. 그래야 사고 발생 시 책임이 분산되지 않고 예방 의무가 철저히 지켜질 수 있다.

아울러 간병비뿐 아니라 장기 재활, 심리 치료, 가족생활 안정까지 포괄하는 지원 체계가 절실하다. 지금처럼 가족의 헌신과 희생에만 맡겨두는 구조는 또 다른 2차 피해일 뿐이라고 본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 외에 꼭 필요한 것이 이 사고에 대한 기억, 그리고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고는 단순히 한 아이와 한 가정의 불행이 아니다. 사회가 안전을 소홀히 할 때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법을 고쳤다고 해서,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해서 우리의 책임이 끝난 것이 아니다. 

그 법이 피해자에게 실제로 잘 작동하고 있는지, 지역사회가 고통을 함께 짊어지고 있는지, 우리는 계속 묻고 점검해야 한다. 기억을 유지하는 사회만이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다.

사회부 이현동
사회부 이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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