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점차 서늘해져 비로소 가을이 도래했음을 느끼게 된 구월을 보내는 마지막 날이다. 간간이 비가 오다가 그치길 반복하는 날씨다. 기상 정보를 전해주는 유튜버는 다가오는 추석 연휴에도 우리 지역은 한 차례 다소 세찬 강수를 예보했다. 그 비가 그치면 예년과 같은 기온이 돼 진정한 가을다운 계절감을 느낄 수 있겠으나 자연인으로서는 가을이 닥친 징후를 날마다 만난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화요일 아침에도 어둠이 남은 여명에 자연학교 등굣길에 나섰다. 창이대로 명서동 주민센터 앞에서 대방동을 출발 본포로 가는 31번 버스를 탔다. 도계동 만남의 광장에서 용강고개를 넘자 날이 희뿌옇게 밝아와 낯익은 차창 밖 풍경이 드러났다. 동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남저수지와 산남저수지를 차례로 비켜 봉강에서 죽동을 거쳐 가술에 이르니 승객이 줄었다.

이번은 북모산에서 그곳에 자주 하차한 한 아낙과 같이 내렸다. 남방계 외국인으로 짐작됐는데 어디로 일을 가시냐 여쭈니 서툰 우리말로 웃으면서 중국인이라고만 하고 내 말 뜻은 이해 못했다. 연중 풋고추를 따내는 어느 농가에 상시 고용돼 매일 일거리가 있는 듯하다. 비닐하우스 농장주도 일을 꼼꼼하고 야무지게 잘해주는 일꾼은 국적이나 나이를 가지지 않고 선호했다.

아낙과 다른 방향인 강가로 나가 골목으로 들어 신설 국도 굴다리를 거치니 강둑이 나왔다. 줄지은 벚나무 가로수는 나목으로 변신하는 중이고 강둑 언저리 물억새가 피어 계절감을 느끼게 했다. 둑 너머 플라워랜드로 내려서자 그곳 상시 고용된 일꾼으로 트럭을 몰아온 한 사내가 차를 세워 인사를 나눴다. 꽃단지로 드니 핑크뮬리를 비롯해 가을을 느끼게 하는 꽃이 펼쳐졌다.

자잘한 꽃송이를 가득 맺은 소국은 개화가 일렀으나 거기를 지나자 코스모스단지는 꽃이 피어 절정이었다. 지난여름 가뭄과 뙤약볕에도 아주 넓은 구역에 올해 처음으로 해바라기를 심어 꽃을 피웠더랬다. 시들던 꽃대를 서둘러 정리하고 곧장 코스모스 씨앗을 뿌려 싹을 틔워 길러냈다. 해바라기도 그랬지만 모래흙이라 잡초 제거보다 물주기에 신경을 써서 피운 코스모스꽃이었다.

올가을 무점마을에서 동판저수지 긴 둑에 피는 코스모스 꽃길을 걸었다. 본포에서 학포로 건너가 반월 습지 생태공원에 가꾼 초동 연가길 코스모스도 완상했다. 코스모스 꽃단지는 특색이 있었는데 대산 플라워랜드는 낮은 키로 자란 코스모스가 드넓은 둔치에 가득 펼쳐졌다. 한 가지 아쉬움은 한갓진 강변이라 찾는 이가 드물어 키우느라 들인 공력이 빛을 보지 못해 유감이었다.

버드나무가 선 강변에는 동녘으로 아침 해가 뜬 기운이 서렸다. 둔치로 난 자전거 길을 따라 걸으니 물억새와 갈대가 꽃을 피워 열병을 받으며 지났다. 둑으로 오르자 25호 국도가 밀양으로 낙동강을 건너가는 강심으로는 수산대교가 걸쳐져 자동차가 질주했다. 강둑을 더 오르니 건너편은 수산의 우뚝한 아파트가 보였다. 제1 수산교에서 강변 요양원 근처 들녘 들길을 걸었다.

특용작물 재배 비닐하우스 단지를 지나자 논에서는 벼들이 익어 고개를 숙여갔다. 추수가 끝나면 비닐하우스를 세워 당근 농사를 지을 테다.

봄부터 알고 지내는 사계절 오이 농장을 찾아가자 농장주는 보이지 않고 태국에서 와 머무는 일꾼들이 아침 일을 마치고 식사를 준비했다. 심성 착해 보인 한 청년이 농장 어귀 가꾼 우리의 상추와 같은 채소를 잘라 밥상에 올리려 했다.

다다기 오이 농장에서 모산리로 나가 신동리 텃밭 경작으로 연이 닿은 분에게 추석을 잘 쇠십사는 인사를 나누고 가술로 와 ‘둔치 코스모스’를 남겼다.

“드넓은 강기슭에 사대강 사업 이전 / 철 따라 채소 가꿔 농약병 나뒹굴다 / 둔치는 말끔히 정비 떨쳐버린 오염원 // 경작지 사라져도 그곳에 꽃을 심어 / 여름은 해바라기 가을은 코스모스 / 화사한 꽃동산 되어 흐뭇해한 탐방객”

作 2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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