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 이현동
사회부 이현동

지난 2005년, 한 문화기획자의 아이디어로 첫걸음을 내디뎠던 ‘김해 뮤직페스티벌 연어’가 어느덧 20주년을 맞이했다. 매년 늦가을 즈음이면 김해에서 막을 올리는 이 음악축제는 단순한 무대 위 음악 공연이라는 개념을 넘어 도시의 시간과 기억, 그리고 사람들을 다시 잇는 ‘문화의 흐름’을 만들어 왔다.

축제 이름이 ‘연어’인 탓에 종종 음식 축제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 이름에는 단순한 생물학적 의미 그 이상의 깊은 상징이 담겨 있다. ‘연어’는 강에서 태어나 바다에 나가 살다가 산란기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온다. 거친 물살과 수없이 많은 죽음의 위기를 무릅쓰고 말이다. 이들 연어처럼 이 축제는 예술가와 관객, 시민과 도시가 매년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며 고향에서 다시 만나는 회귀의 장소다.

지역을 떠났던 젊은 예술가와 문화인들이 이 무대를 계기로 귀향했고 비교적 낯설었던 장르의 음악들은 이곳에서 삶의 일부가 됐다. 김해 출신이 아니지만 기꺼이 무대에 오르며 문화적 역량을 넓혀준 아티스트들도 굉장히 많다. 김해라는 지역이 ‘지나치는 도시’가 아닌 ‘머무는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과정에는 ‘연어’의 명백한 기여가 있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20년의 시간 동안 ‘연어’는 단순한 공연 프로그램을 넘어 김해 문화생태계의 살아있는 증인이자 중심축이 되어주기도 했다. 지역 예술가의 발굴과 성장, 공간의 재발견, 청소년~중장년까지 세대를 잇는 시민참여 프로그램 등. 축제는 매년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고 진화해왔지만 본질은 결코 흔들린 적이 없다.

축제의 본질, 가치관이 20년이 지나도록 잘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이 축제를 처음 만든 사람이자 지금까지도 메인기획을 맡고 있는 김해문화네트워크 장원재 대표의 존재 덕분이다. 그는 이 축제가 본질을 지키고, 조금씩이라도 성장하면서 더 좋은 문화적 영향력을 시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1년 내내 고민한다. 그가 이 축제로 조금이라도 수익, 명예 등 부가적인 가치를 좇았다면 절대 20주년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다.

올해의 ‘연어’는 지난 20년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앞으로의 20년, 30년, 그 이상의 미래를 여는 새로운 출발점이다. 도시의 정체성과 문화가 더욱 정교해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단순히 ‘축제’라는 틀을 넘어 김해라는 도시 자체를 예술과 감각의 무대로 확장하고자 꾸준히 시도해야 한다.

본지 역시도 지나온 세월 속 ‘연어’의 기록과 예술 활동을 중심으로 김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문화를 꾸준히 조망하고자 한다. 음악과 예술이 도시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는지, 그리고 그 흐름 속에 우리가 어떻게 다시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20년 전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 시작된 ‘연어’는 이제 도시 전체의 흐름을 바꾸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단순히 보고 듣고 즐기기만 하는 문화를 넘어 시민 모두가 주체가 돼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를 주도하는 축제. 다양한 고난과 역경, 위기 속에서도 20주년이라는 상징적인 해를 맞은 연어의 올해를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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