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쇠어 가을이 이슥해져야 함에도 늦더위 기승이 끝나지 않은 시월 중순 일요일이다. 오후는 비가 예보됨에도 반나절만이라도 생활권에서 벗어난 강가로 산책을 하려고 날이 밝아오기 전 여명에 길을 나섰다. 원이대로로 나가 창원대학 앞에서 첫차로 운행하는 좌석버스 770번을 타고 시내를 벗어나 창원터널을 지났다. 터널을 넘자 날이 밝아왔는데 강수 기운은 못 느꼈다.
장유 농협 맞은편에서 풍유동 차고지를 출발해 하단으로 가는 버스로 갈아탔다. 롯데 아울렛과 율하 응달을 거쳐 사구에서 경마장을 지났다. 생곡에서 서낙동강 갑문을 거쳐 명지에서 을숙도 문화회관을 지난 하굿둑 건너가 하단이었다. 서면과 자갈치를 거쳐온 1호선 지하철로 신평을 지나 ‘낫개역’이 나왔다. 다대포항을 앞둔 역으로 바깥 바다로 가는 곳이라는 우리말 지명이다.
지하철 종점에서 다대포해수욕장 출구로 나가 낙조 분수대와 가까운 고니누리 생태공원으로 갔다. 백사장 곁 수로에는 갈대가 어지러이 엉켜 계절감을 느끼게 했다. 모래밭으로 나가자 몰운대로 해가 솟는 기운이 서려 비치었는데 휴일 이른 아침임에도 산책객이 더러 보였다. 언젠가 높이 몰아친 파도에 밀려와 모래 위 남긴 물결무늬가 이채로워 폰을 꺼내 앵글에 담아 놓았다.
넓은 백사장에서 사람 발자국이 남지 않은 모래를 디디니 숫눈을 밟는 기분이 들었다. 낮은 파도가 밀려와 부서지는 모래톱으로 가자 산책객들은 찰랑이는 물결에 맨발로 걷는 이들이 더러 보였다. 도심 공원 조성된 황톳길에서 맨발 걷기를 하듯 백사장 모래톱에서도 맨발로 걷기를 하는 이들은 건강을 고려한 일상인 듯했다. 발바닥에 닿는 촉감이 부드럽고 간지럼을 타지 싶다.
몰운대와 가까운 두 개 바위 형제섬은 해무에 가려 보이지 않고 수평선은 아득했다. 백사장에는 염분에도 자라는 생태 식생을 복원 중이었는데 해당화도 심겨 있었다. 모래톱에서 강변도로 산책로로 올라 걸으니 축대로 쌓은 바윗돌에서 먹잇감을 겨누는 왜가리가 눈길을 끌었다. 을숙도 바깥은 하굿둑을 빠져나와 바닷물과 뒤섞이는 기수역으로 강인지 바다인지 분간이 어려웠다.
수역으로 간간이 어로에 나선 소형 동력선이 거품을 일으키며 쏜살같이 달렸다. 흐르는 물길을 거슬러 고니나루 쉼터에서 새벽에 집을 나설 때 배낭에 챙긴 찐 고구마와 술빵으로 간식과 이른 점심을 함께 때웠다. 넓은 기수역에는 철새들이 나래를 접고 마음 편히 먹이를 찾을 모래섬이 이어졌다. 사구라는 이름은 ‘등’으로도 불려 ‘백합등’, ‘도요등’은 지도에도 등재된 지명이다.
홍티교를 거쳐 장림에 이르러 도심 재생 프로젝트로 포구를 새롭게 단장한 장림항으로 가봤다. 포구에는 조업을 나서지 않은 작은 어선들이 여러 척 묶여 있었다. 전망대와 카페도 멋지게 꾸며져 있고 건너편으로 무지개다리가 걸쳐졌다. 야외 쉼터에서 커피잔을 놓고 포구를 완상했는데 비 오는 날이면 운치를 더할 듯했다. 야경이 아름다울 장림 부네치아에서 을숙도로 향했다.
을숙도대교 진입로에서 강변 산책로를 따라 오르자 낙동강 하류 강심을 가로막은 하굿둑 수문이 드러났다. 간간이 갈매기가 나는 수역에는 팔뚝만큼이나 큰 숭어들이 수면에서 펄떡이며 뛰어올랐다. 하굿둑을 앞둔 괴정교 유수지 공원에서 하단역으로 향해 아침에 내렸던 버스 정류장에서 장유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휴일을 맞은 길거리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흔하게 보였다.
을숙도와 명지 포구를 지난 녹산에서 경마장을 거쳐 남해고속도로 서부산 갈래와 나란히 달려 장유로 왔다. 버스에서 ‘다대포 모래톱’을 한 수 남겼다.
“몰운대 다가오는 파도는 몸을 낮춰 / 모래톱 부딪히자 맥없이 스러져서 / 거품은 잘게 부서져 물결무늬 낳는다 // 마주한 형제섬은 해무에 아스라이 / 저녁놀 때가 일러 물들지 않았지만 / 산책객 맨발로 디뎌 간지러움 느낀다”
作 25.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