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업주가 직원을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해 결국 그 직원을 복직을 시키거나, 임금 상당액 지급 명령을 받는 사건을 종종 본다. 단순히 감정적인 이유로 누군가를 해고하는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그런데 창원의 한 지역농협에서 사회통념상 이해하기 힘든 일이 있었다. 대의원 선거관리 업무를 맡은 선거관리위원회 한 A위원이 농협 이사회 의결(다수결)에 따라 해촉당한 것. 그런데 그 해촉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해촉통지서에 나온 근거는 ‘반복적인 문제제기와 다수 의사 결정에 따른 불복 등으로 선거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이유다. 참고로 A씨는 올해 2월 치러졌던 대의원 선거에서 불법 선거운동 정황을 조합장에게 보고했고, 의혹을 받은 그 누구도 처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속적인 불만을 제기해 조합장과 간부들과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K씨는 그 이유만으로 해촉당하는 것은 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선관위 위원의 ‘해촉’에 대한 농협 정관 내용을 찾아봤다. 정관 제 66조 11항에는 ‘이사회는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이 제67조 5항을 현저히 위반했다고 판단하는 경우 해촉할 수 있다’고 나와 있었다.
그런데 제 67조 5항은 ‘위원은 선거관리 사무를 행함에 있어 공정을 기하여야 한다’였다. 그 선거관리 사무는 제 67조 1항에 13가지로 나열돼 있었다. 그 13가지는 투표소 및 개표소 설치에 관한 사항, 개표 관리에 관한 사항 등 말그대로 선거관리업무로써 A씨는 그중 어느 것도 어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이사회에서도 한 이사가 A씨를 두둔하기도 했다. 그는 “정관은 제67조 5항의 선거관리 사무를 행하다가 문제가 생겼을 때 위원을 해촉하라는 것이지, 다른 문제를 가지고 해촉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A씨 또한 “단순히 이사회에서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촉한 것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며 죄형법정주의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법에 근거하지 않는 해촉은 무효”라며 지역농협 감사와 지역농협을 관리감독하는 농협중앙회에다 호소해도 소용없었다. 그는 상임감사에게 해촉이 적법한지 여부를 질으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당조합 이사회의 고유권한에 대해 감사가 그 의견을 제출하고 간섭하는 것이 부당하고 적절하지 못함을 양지해주길 바란다’였다.
농협중앙회에도 A씨는 자신의 해촉 사유가 적법한지 수차례 물었으나, 돌아온 대답은 ‘민원인께서 질의하신 사항은 지역농협에서 자체 검토해 답변한 사항으로, 이에 대한 적정성 여부 또한 지역농협의 판단이 필요하다’였다.
한마디로 이사회 고유 권한에 간섭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조합장과 이사가 잘못된 결정을 내려도 누구도 감사 기능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A씨는 기자에게 “농협 정관을 지키자는 일이 그렇게 잘못됐냐”며 “선거관리업무에 대해서 이의제기한 부분을 이렇게 조합장과 이사가 뭉개버린다면 조합장과 이사들이 회계나 경비처리 부분에서 자기들끼리 담합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농협 조합원에게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실을 끼칠 수도 있다. 감사나 농협중앙회도 제대로 감사 역할을 못하고 있고, 사실상 아무런 브레이크가 없다. 상황이 이런데 조합원들의 자산이 언전하게 돌아간다는 보장이 어디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지역농협 감사와 농협중앙회는 이제부터라도 농협 경영진의 잘못을 바로 잡고, A씨의 권리 구제에 힘써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