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판출 창원시새마을회 회장 기고
창원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이자, 지방의 산업과 물류를 잇는 핵심 거점도시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해야 할 교통 인프라는 여전히 낙후된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철도 교통의 불편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제는 우리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당연한 불편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의 일터로, 자녀의 학교로, 병원 진료를 위해 떠나는 길은 여전히 멀고 더디기만 하다.
창원시는 비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인구 100만 명이 넘는 특례시이지만, 교통 현실은 제자리걸음이다. 새벽 첫차를 타도 서울역에 도착하면 이미 오전이 훌쩍 지나가 있다. 서울에 잠깐 볼일이 있어 다녀오면 하루가 그대로 지나가 버린다. 창원과 멀지 않은 부산과 울산은 KTX로 2시간대면 서울에 도착하지만 창원은 여전히 3시간이 넘게 걸린다. 같은 동남권 대도시임에도 유독 창원 시민들만 큰 불편을 감내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교통 불편의 문제가 아니다. 청년들은 더 많은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고, 기업들은 물류비와 접근성 문제로 창원을 외면하고 있다. 지역의 산업기반과 인구가 동시에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창원은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수도권 순유출 인구가 가장 많았다. 이제는 교통 격차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지역의 생존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이 문제의 해답은 ‘동대구-창원-가덕도신공항 고속화철도’에서 찾을 수 있다. 창원은 국가 기간산업이 집약된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과 연결되는 철도망이 낙후되어 산업 경쟁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 창원이 다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교통망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동대구-창원-가덕도신공항 고속화철도’는 단순한 철도가 아니다. 이 노선은 대구국가산단, 창원국가산단, 부산·진해신항, 가덕도신공항을 하나의 경제벨트로 연결한다. 대구에서 출발한 물류가 창원을 거쳐 바다로 향하고, 다시 하늘길로 이어지는 산업의 동맥이 완성되는 것이다.
또한 이 노선이 완공되면 창원에서 서울까지 2시간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물류비가 줄고 투자 여건이 개선되며, 시민 입장에서는 이동이 편해져 삶의 질이 향상된다. 이것은 단순한 교통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일자리와 투자, 그리고 교육과 문화의 기회를 넓히는 일이다.
철도망 확충은 선택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필수 투자다. ‘동대구-창원-가덕도신공항 고속화철도’는 단순히 창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 노선이 완성되어야 비로소 동남권의 산업이 하나의 체계로 연결되고 국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축이 형성된다. 교통이 연결되어야 기업이 오고, 일자리가 생기며, 사람이 머문다.
지금 창원이 요구하는 것은 거창한 특혜가 아니다. 서울까지 3시간이 넘게 걸리는 현실 속에서 지역균형발전을 말하기는 어렵다. ‘동대구-창원-가덕도신공항 고속화철도’는 단순한 교통망이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여는 지역균형발전의 첫걸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