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Machine Interaction, HMI engineering)
박민원 창원대학교 총장 기고
21세기 인류의 문명은 기계와의 공존을 향해 급격히 진화하고 있다. 공장에서는 수천 대의 로봇이 정밀하게 움직이며 인간의 손길을 대신하고, 도시는 자율주행차와 드론이 엮어내는 거대한 알고리즘의 그물 위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한다. 인간은 더 이상 단순한 ‘기계의 사용자’가 아니다. 이제 인간은 기계와 ‘함께 사고하고, 함께 행동하며, 함께 진화하는 존재’로 거듭나고 있다. 이러한 전환의 시대에,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을 새로운 학문으로 정립하고 미래를 설계할 ‘국립창원대학교 인간기계상호작용공학과’의 신설은 필연이며, 동시에 도전이다.
인간기계상호작용(Human?Machine Interaction, HMI)은 단순한 인터페이스 설계나 로봇 제어 기술을 넘어, 인간의 감성·인지·행동을 이해하고 기계가 그것을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융합의 학문이다. 인간과 기계가 어떻게 신뢰를 형성하고, 의도를 공유하며, 협업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이 분야는 앞으로의 산업, 국방, 의료, 교통, 서비스 전반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다.
응용 분야는 이미 광활하다. 유·무인 복합체계(MUM-T: Manned-Unmanned Teaming)에서 인간 조종사와 자율 로봇이 마치 한 몸처럼 작동하는 전장 환경, 복잡한 산업현장에서 인간 작업자와 협동 로봇이 공존하는 스마트팩토리, 그리고 스스로 사고하는 자율주행차가 인간의 의도와 도로의 감정을 읽어내는 미래도 이 학문의 연장선에 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단지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재 방식’을 새롭게 정의하는 철학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국립창원대학교는 산업도시 창원이라는 특수한 지역적 기반 위에, 하드웨어 기술력과 소프트웨어 혁신이 만나는 최적의 지점을 지니고 있다. 기계공학, 전기전자, 인공지능, 심리학, 인지과학이 서로 교차하는 교육·연구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인간기계상호작용공학과는 새로운 융합의 허브로 자리 잡을 것이다. 학생들은 로봇의 회로를 설계하는 동시에 인간의 감정을 모델링하고, 알고리즘의 수학적 논리를 탐구하면서도 예술적 상상력으로 인간 중심의 기술을 설계하게 될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기계와 인간의 경계가 사라질 때, 인류는 스스로의 한계를 재정의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확장된 인간성’으로 바라보며, 우주를 향한 꿈조차 기술과 상상력의 결합으로 현실화시켰다. 인간기계상호작용공학은 바로 그러한 상상력의 산실이 될 것이다. 우리가 만드는 로봇은 단순히 명령에 복종하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의지를 확장하고 감정을 이해하며, 함께 미래를 설계하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국립창원대학교 인간기계상호작용공학과는 세계 최초로 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체계적인 학문으로 정립하고자 한다. 교육과 연구, 그리고 산업 현장의 실질적 연결을 통해,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사회의 모델을 창원에서 먼저 실현할 것이다. 창원에서 시작된 이 학문이 머지않아 세계의 표준이 되고, 인류의 새로운 문명적 전환점을 이끌어갈 것을 확신한다.
이제 우리는 묻는다. 기계는 얼마나 똑똑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인간은 얼마나 현명하게 기계와 공존할 수 있는가를. 그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이 바로, 국립창원대학교 인간기계상호작용공학과의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