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균 창원 대겸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얼마 전 광화문 인근 석축에 검은 매직으로 글씨를 적어넣었다가 현장에서 적발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국민과 세계인에 드리는 글’, ‘트럼프 대통령’ 등 특정 문구를 문화재 석재 표면에 적어 남긴 것으로, 지난해 경복궁 담장에 음란물 사이트 주소를 적었던 사건이 불과 2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유사 범행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낙서 복구에만 약 1억 5천만 원이 들 정도로 단순한 장난으로 보기에는 피해가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문화재에 낙서를 하거나 표식을 남기는 행위는 「문화재보호법」상 ‘현상변경’에 해당하며, 국가유산청장의 허가 없이 현상을 변경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동법은 지정문화유산에 글씨를 쓰거나 그리거나 새기는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원상회복 명령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국가가 대신 복구한 뒤 비용을 가해자에게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문화재 낙서는 형사처벌뿐 아니라 막대한 행정·민사 책임까지 뒤따르는 중범죄인 것입니다.

실제 처벌도 매우 엄중한 편입니다. 2023년 경복궁 담벼락에 음란물 사이트 주소를 적어 홍보에 사용한 사건에서, 범행을 지시한 주범이 징역 8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법원은 성인뿐 아니라 미성년자까지 동원해 범행을 실행하고 언론 제보까지 시도하는 등 계획적·조직적으로 범죄가 이루어진 점, 문화재 훼손이 단순한 낙서를 넘어 불법 사이트 홍보라는 명백한 범죄 목적을 띠고 있었던 점, 복구 비용이 막대하고 모방 가능성도 높다는 점 등을 종합해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지시를 받고 범행에 가담한 미성년자 역시, 문화재의 의미와 가치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 등이 고려되어 형사처벌을 받았습니다.

문화재 훼손은 사후 처벌만으로는 막기 어렵다는 점에서 예방 조치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궁·능 관람 등에 관한 규정」에서는 궁궐·능원 관리자가 국가유산 보존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사람에 대해 입장을 제한하거나 관람을 중지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위험물을 소지하거나 음주·풍기문란 행위를 하거나, 낙서 등 훼손 위험이 있는 행동을 하는 경우 현장에서 바로 제재가 가능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러한 예방적 조치는 문화재의 원형 보존이라는 기본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 수단으로, 일단 훼손이 발생하면 완전한 복원이 불가능하거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문화재의 특성을 고려한 제도적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화재는 우리 세대만의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산입니다. 낙서는 지우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억 단위의 세금과 시간이 들어가고도 온전한 복원이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최근 경복궁 사건처럼 미성년자가 가담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 고려할 때 자녀들이 호기심 등으로 불법행위에 휘말리지 않도록 세심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문화재 낙서는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적 가치와 문화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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