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에 멍든 가슴을 보았는지, 가을 산바람이 산객을 다독이며 지나간다. 새벽잠에서 완전히 깨어나기도 전에 숨을 헐떡이며 산을 오른다. 내딛는 걸음에 맑은 기운이 스며들고, 그 속에 함께하는 도반들의 향기 그윽함을 느끼며 오늘도 그 힘으로 또 걷는다.
단풍을 스치는 바람결에 평온이 가득하고, 간간이 눈맞춤하게 되는 야생화의 손짓이 반갑다. 새로운 가을을 꿈꾸는 시간이 바람을 타고 오는 느낌이다.
지난 28일 열린 경남도 국정감사는 명태균 증인 문제로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며 본래의 취지를 잃었다는 평가다. 산청 산불 피해 복구나 지역 현안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고, 도민의 삶을 위한 질의는 사라지고 없었다. 여당 의원들의 관심이 명태균이라는 특정 인물에게만 쏠리면서 감사는 파행으로 흘렀고, 박 지사 역시 정치적 의도를 언급하며 답변을 거부하기도 했다. 결국 국감장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리고 말았다. 생각은 바람과 같다. 붙잡을 수도, 볼 수도 없지만, 사라졌다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산길을 오르며 가슴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다. 지금의 혼란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정치인의 욕망과 분별심이 만든 어지러움 아닐까. 모든 것은 이치에 따라 일어나고 순리에 따라 사라진다. 바람이 지나듯, 지금의 혼란스러운 정국도 잠시일 것이다. 다만 그 바람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마음의 고요를 지키는 일, 그것이 지금 도민에게 필요한 위안일 것이다.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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