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조승래 시인

결핍과 과잉이 교차하는 혼돈의 시대를 산다. 힘든 시절일수록 언론의 역할은 약자의 편에서 진실을 말하고, 독자의 가슴에 울림을 전하는 일이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에도 진심이 담겨있지 않으면 그건 독자애 대한 예의가 아니다. 활자에 혼이 빠지면 그 지면은 생명력을 잃는다는 선배 기자의 말이 다시 떠오르는 오늘이다.

기자는 권력의 눈치를 보는 직업이 아니라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하고, 세상의 불의와 어둠을 비추는 사람이다. 그래서 때로는 개인이 쓴 글의 힘이 매체의 힘보다 크다. 그것은 기자가 진실을 향한 마음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무가 아무리 뿌리를 깊이 내리고 가지를 뻗고 싶어도 설 땅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사람 또한 마찬가지다. 정치나 경제, 사회나 문화의 영역 이전에 먼저 마음의 자리 위에 서야 한다. 어느 종교에서는 이를 자리(自利)라 하고, 자리가 단단해야 비로소 이타(利他)가 가능하다고 본다. 자신이 설 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이라면 타인을 구제할 수 없다.

언젠가 우리 역사에 기록될 만한 마나님 한 사람을 위한 순정의 정치 시대가 지나갔다, 새 시대의 진정한 새로움은 인물 교체가 아니라 마음의 전환에서 오는 것이다. 욕망이 아니라 시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탐욕이 아니라 지혜를 통해 세상은 비로소 새로워진다.

진심 위에 서지 못한 언론은 존재할 수 없다. 진실을 향한 문장 하나가 독자의 알권리에 대한 기본이며 세상을 밝히는 진리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의 자리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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