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고3 수험생이었다면 절대 4년제 대학에 입학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학교 공부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성적도 좋지 못했다. 뒤에서부터 등수를 계산하는 것이 훨씬 빨랐다. (대신 도서관에서 책 읽는 것은 좋아했다.)
그래서 고등학생 내내 내신이 엉망이었다. 그런데 수능시험 당일 기적이 일어났다. 집중력을 최대한 발휘했고, 평소 모의고사보다 때보다 100점 이상(당시 수능은 400점 만점이었는데, 330점을 받았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럼에도 내신이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정시모집에 도전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다행히 그때는 ‘특차’라는 제도가 있었다. 특차는 내신을 전혀 보지 않고 수능점수로만 줄을 세워 입학하는 제도이다. 그 당시 내가 원하는 학과의 특차 경쟁률은 5대 1이었다. 단번에 합격했다.
지금은 특차 제도가 사라졌다고 한다. 기사를 찾아보니 특차 제도는 1994년부터 2001년까지 있었다. 이제 학생부 성적이 무조건 반영되기 때문에 나처럼 수능시험 한번만 잘 본다고 해서 좋은 대학을 들어갈 수 없는 시대다.
갈수록 수능성적보다는 학생부 아니면 무슨 특기생이라고 해서 특례제도가 발전하는 것 같다. 평상시의 노력나 학습 태도가 대학입시에 중요한 것 같다. 그런데 한편으로 시험이 꼭 이런 성실함만을 평가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스럽다. 실제 우리가 사는 인생은-회사에서 일을 하든 사업을 하든-결정적 순간의 집중력 또는 정확한 판단력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황원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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