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식 사회부 기자
카카오톡 대개편 이후 불편을 많이 겪고 있다. 가장 큰 불편은 역시 친구 탭이 인스타그램처럼 피드 형태로 바뀐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친구 찾기에서 불편을 겪는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 남의 게시물을 큰 화면으로 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주말이 지나면 지인들이 가족 여행한 사진이 계속 업데이트 되는 화면을 봐야한다. 결혼 안 한 입장에서 그 사진들을 보면 부러워서 미칠 지경이다. 이런 거 안 보려고 인스타그램이나 카카오스토리를 하지 않는 건데, 굳이 이런 사진을 내가 봐야할까.
카카오는 4분기 내 친구탭 첫 화면을 친구 목록을 되살리는 피드형 게시물을 별도 ‘소식’ 메뉴로 제공하는 방안을 진행한다고 밝히긴 했다. 하지만 어떻게 바뀔지는 두고 봐야 한다.
오픈채팅방에 갈 때 강제로 숏폼을 봐야 하는 것도 고역이다. 친구 목록에 강제로 뜨는 게시물과 마찬가지로 오픈채팅방에 접근할 때의 숏폼도 보기 싫다. 릴스나 동영상을 보면 쓸데없이 시간을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메신저 기능만 되는 카톡만 쓰고 나머지는 일부러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앱(디톡스어플)을 쓰는 입장에서, 이러한 강제 숏폼 시청은 또 다른 스트레스다.
학생들의 경우 중요한 동아리 공지, 조별 과제를 위해 채팅방을 확인하기 위해 숏폼을 건너뛰어야 하는 귀찮음이 크다는 기사를 봤다.
개인적으로 ‘나와의 채팅’에서 필요한 링크나 사진 등을 따로 전송해 필요할 때 자주 사용한다.
과거에는 나와의 채팅에 들어가려면 첫 화면에서 바로 연결됐는데, 이제는 내 프로필 사진을 한 번 클릭한 후 나와의 채팅을 따로 클릭해야 한다. 클릭 한 번 더 추가될 뿐이지만, 그 기능을 자주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추가적인 단계를 거쳐야 하는 부분은 또 있다. 최근 자주 쓰는 카톡 기본 이모티콘를 찾았는데, 안 보여서 헤맸던 적이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기본 이모티콘의 상위 분류가 하나 더 생겨서 ‘미니’와 ‘이모티콘’으로 분류가 돼 있었다.
‘미니’로 들어가니 내가 원하던 이미티콘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이미티콘과 예전과 모습이 달라져 있었다. 선이 굻어지고 조금 일그러진 느낌이 들었다. 예전 모습이 그리웠다.
이외에도 기존 카카오톡에서 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사진이나 문서, 링크 등을 공유하는 기능에서 불편함을 토로하는 사람이 있었다.
카카오톡은 예전부터 여러 명에게 정보를 동시에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왔는데, 개편 이후 카카오는 서버 및 운영 정책 개정으로 인해 사진 및 링크 공유 시 동시 전송 대상 인원이 기존의 10명에서 5명으로 줄어들었다.
매일 좋은 글귀나, 사진, 뉴스 등 좋은 정보들을 공유 기능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동시 전송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10명에서 5명으로 줄어들어 더 불편해졌다.
이렇게 많은 내용으로 카카오톡 기능이 바꿀 거면 어느 정도 이용자들과의 협의가 있어야 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면 이렇게까지 일방적으로 내용을 바꾸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이번 개편을 주도한 CPO(최고제품책임자)의 독단이 있었다는 기사를 봤다. 해당 기사(일요시사)에 따르면 회사 블라인드에 이런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이번 업데이트는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모두 반대했는데 윗선에서 강행했다고 한다. 기획자, 디자이너들은 시키는 대로 만들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고, 그 위에서 CPO가 하나하나 다 지시했다’는 것이다. 블라인드 글만 보면 내부에서 개편에 대한 반대가 있었지만, CPO가 내부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고 카카오톡 개편을 강했다가 실패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카카오톡이 메신저로서 간결함과 편의성을 잃어버렸다는 의견도 많이 나온다. 기사에는 카톡 개편 이후 대체 메신저를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지난달 30일 센서타워에 따르면 ‘네이트온’은 지난 9월 애플 앱스토어 ‘소셜 네트워킹’ 부문에 기존 60~70위권에서 1위를 차지했다.
카카오톡은 위기의식을 가지고 다시 카카오톡 기능들을 예전처럼 되돌리거나, 아니면 ‘클래식 모드’ 등을 운영해 이용자들의 선택권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