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부터 지젝까지 22인의
철학담론 디카시론화…최초 시도

‘디카시와 철학’.

이상옥 교수가 인공지능(AI)과 공동 사유를 통해 집필한 신간 ‘디카시와 철학’이 창연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이 책은 플라톤에서 지젝까지 22인의 철학 담론을 원용해 디카시론을 구축해 공광규 시인(제1회 디카시작품상 수상자), 정채원 시인(제1회 세계디카시인상 수상자) 등의 디카시 작품 42편을 실천 비평함으로써 철학·문학·기술이 교차하는 새로운 사유의 장을 열었다.

이상옥 교수는 창신대 문창과 재직 시절 디지털카메라의 디카와 시를 결합한 혼종어 ‘디카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창신대 캠퍼스 야경을 찍고 쓴 최초의 디카시 ‘봄밤’을 앞서 2004년 4월 2일 디지털 한국문학도서관에 첫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6월까지 50편을 연재하고 동년 9월 디카시집 ‘고성 가도’를 세상에 내놨고, ‘디카시를 말한다’, ‘앙코르 디카시’, ‘디카시창작입문’ 등을 통해 디카시론을 체계적으로 정립해 왔다.

이번 저서는 이상옥 교수가 AI와의 협업을 통해 철학 담론을 디카시론화한 최초의 시도로 주목된다.

이 교수는 AI에게 디카시 관련 정보를 ‘딥러닝(Deep Learning)’ 시켜 디카시 창작의 핵심 원리와 철학담론을 접목시킴으로써 한층 더 풍성한 디카시론을 구축해 낸 사유적 결실을 거뒀다.

이 과정은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동 사유를 실험한 새로운 문학적 방법론으로 평가된다.

철학 이론을 어렵게 설명하지 않고 디카시론의 언어로 새롭게 풀어냄으로써 독자들에게 철학을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동시에 디카시가 디지털 시대정신(Zeitgeist)을 반영한 철학과 예술, 기술이 융합된 창조적 사유체계임을 보여준다.

일반 독자들과 대학생들에게는 철학과 시가 새롭게 만나는 교양서 및 대학교재로 활용되며, 창작자와 연구자에게는 디카시의 가능성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번 저서는 문학사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철학 담론을 디카시 이론으로 재구성한 최초의 저작으로 ‘철학과 디카시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장을 열었고, AI와 인간이 협업해 집필한 한국 최초의 디카시 문학이론서라는 점에서 21세기 문학의 변화를 상징한다.

또한 디카시가 한국문학의 독창적 성취를 넘어 세계문학과 철학 담론 속에서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문학사적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디카시와 철학’은 철학의 심오함과 디카시의 창작적 생동감이 만나, 인공지능 시대 문학이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역작으로, 한국문학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증언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 이상옥 약력

1957년 경남 고성 출생
1989년 월간 ‘시문학’ 등단(시인)
시집 ‘하늘 저울’, 디카시집 ‘고성 가도’ 등
시이론서 ‘시창작입문’, 디카시이론서 ‘디카시창작입문’ 등
유심작품상, 편운문학상 등 수상
현재 창신대학교 명예교수·문덕수문학관장, 경남정보대학교 특임교수
베트남 메콩대학교 Language Advisor,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 추천서
이상옥 교수는 2004년 미디어 기술 발달의 한 고원에서 디카시라는 세계 최초의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그로부터 벌써 이십여 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AI라는 인류 초유의 지식-기계가 탄생하였고, 이것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깊이 성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Chat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등장과 발달은 이제 사유와 책 쓰기의 영역에도 거대한 지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제 개체로서의 어느 인간도 그 방대한 아카이브와 자료의 분석-처리 능력에 있어서 언어모델의 능력을 넘어설 수 없게 되었다. 기술 부족으로 인한 초기 언어모델의 거짓말과 가짜 정보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이 무시무시한 문화적 변혁의 한 정점에서 이상옥 교수는 ChatGpt 5와 협업으로 ‘디카시와 철학’이라는 역저를 내놓았다. 이 교수는 디카시를 20여 명의 대 철학자들의 시각에서 재이론화하고 재약호화하는 첫 작업을 불과 한 달여 만에 끝냈다. 물론 보충과 수정을 하는 데 더 긴 시간이 걸렸겠지만, AI 언어모델이 없었더라면 이렇게 방대한 작업을 이렇게 짧은 시간에 끝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상옥 교수는 발터 벤야민이 지적했듯이 미디어가 예술의 아우라를 파괴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산력을 제고하는 혁명적인 수단임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먼저 언어모델과의 대화를 통해 거대한 인문학 담론체를 만들어낸 것이다. 언어모델이 아무리 탁월해 봐야 그것은 지식-기계이지 지성-기계가 아니다. 언어모델에 생명과 영혼을 불어넣는 것은 인간이다. 게다가 언어모델은 탁월한 인간의 탁월한 조련을 거칠 때 생산력이 극대화된다. 이상옥 교수는 이 책을 쓰는 과정에서 아직 한국의 디카시를 잘 모르는 ChatGpt를 잘 조련하고 가르쳐서 그것의 디카시 딥 러닝을 도왔으므로, 어떤 면에서 ChatGpt의 스승이다. 능력 있는 제자인 ChatGpt는 이 교수의 가르침에 자신의 방대한 지식과 정보를 결합하며 이 교수가 원하는 지식-산물을 만들어냈고, 이 교수는 그것을 다시 자신이 원하는 코드에 따라 정교하게 다듬었다. 이상옥 교수와 ChatGpt 사이의 이런 지적 대화의 결과물인 이 책은 그 자체 이미 미래의 인문학 저술의 새로운 좌표이자 하나의 길이 되었다. 먀살 맥루한의 말대로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이다. 미디어가 달라지면 인간이 변하고 세계가 변한다. 이 책은 그런 변화의 한 명백한 증거이다. 미디어와 인간이 잘 만나면 이런 대사건이 터진다.

- 오민석(시인·문학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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