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한 주가 시작된 십일월 첫째 월요일은 산간 내륙에는 한파 특보가 내렸다. 비가 잦고 무더위가 지속돼 건너뛸 것만 같던 가을이 어느새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지난주 창원대로와 인접한 올림픽공원에 딸린 국화공원에는 도심에 옮겨 심은 구절초가 하얗게 피었더랬다. 마산 합포 수변 해양 공원에는 수천수만 송이로 형형색색 장식한 국화 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린다.
월요일 이른 아침 자연학교 등굣길에 나섰다. 집 앞에서 월영동으로 가는 102번 시내버스를 타고 창원역을 지날 때 내렸다. 역 맞은편에서 근교 들녘과 강가로 가는 1번 마을버스로 갈아타 소답동을 지날 때 좁은 버스는 서서 가는 승객이 생겼다. 용강고개를 넘어간 동읍 행정복지센터 앞을 지난 주남저수지에서 내렸다. 내가 비켜줘 빈자리에 앉아 갈 승객이 생김은 다행이다.
주남지와 수문으로 이어진 동판지 갯버들 사이로 아침 해가 솟는 기운이 비쳤다. 지난주부터 선발대가 나타나기 시작한 철새들이 아침을 맞아 오글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철새들은 날이 저물면 저수지 수면을 둥지 삼아 고개 돌려 날개에 접어 끼우고 잠들 때는 기척이 없다. 아침이 돼 잠이 깨면서 서로를 부추기며 오글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등교랄까 출근이랄까 하루를 맞는다.
주남지를 베이스캠프로 삼을 겨울 철새 본진은 아직 내려오지 않은 때지 싶다. 그래도 상당수 선발대가 기착해 먼 여정 피로를 풀고 겨울 한 철을 여기서 보낼 채비를 마쳤다. 주남지보다 더 남쪽은 을숙도나 맥도강 일대일 수도 있고 더러는 대한해협 건너 규수 연안 습지까지 날아갈 녀석들도 있을 테다. 단풍이 물들어 남하하는 속도만큼 철새들은 남으로 내려오고 있지 싶다.
주남지 들머리 산책로에 안전 테크와 겸하는 꽃이 핀 물억새가 일렁여 깊어진 가을 운치를 더했다. 물억새는 습지 생태 갈대와 다르면서 강가나 물가를 좋아하는 특성이 있다. 산지에 자라는 억새보다 키가 높음이 차이라면 차이로 외양은 비슷하다. 주남지 산책로 물억새는 철새들에는 탐방객 동선이 노출되지 않도록 해주는 가림막이면서 계절이 천연으로 빚어낸 설치 미술이다.
산책로 들머리부터 아침을 맞아 먹이활동을 나선 철새들이 하늘 위로 날았다. 간밤을 수면에서 잠든 철새들은 날이 밝아오자 물을 박차고 날아올라 저수지 둑 바깥으로 나갔다. 녀석들은 잠들었던 둥지 환경을 익혀두려는 듯 수면 위를 선회 비행하다가 추수를 끝낸 들판으로 날아갔다. 일부 오리류는 화포천 습지가 낙동강 연안 샛강으로 날아가 먹이를 구할 친구들도 있지 싶다.
탐조전망대 근처에 이르러 저수지 수면을 바라보니 덩치 큰 고니 가족이 보였다. 창원 도심 용지호수에도 고니가 날아와 겨울을 나기도 한다. 깃이 흰 한 쌍 고니가 불린 새끼는 깃이 잿빛으로 곁에서 보호받으며 헤엄쳐 다녔다. 덩치가 작고 깃이 까만 쇠물닭이나 금실이 좋은 쇠오리들은 쌍으로 놀았다. 시야에서 먼 곳에는 가마우지처럼 물고기를 먹이 삼는 흰죽지도 보였다.
주남저수지 진객은 아무래도 재두루미다. 앞서 하늘 위로 날아간 한 무리를 앵글에 담으려다 놓쳤는데 그 녀석이었지 싶다. 몸집이 날렵하고 목이 길어 비행체로도 기러기와 외양이 달랐다. 주남지를 찾아오는 철새로는 개체 수가 많기로는 기러기와 쇠기러기일 테다. 녀석들은 추수가 끝난 들판으로 날아가 콤바인이 굴러간 빈 논바닥 떨어진 벼 낱알을 먹이로 삼아 겨울을 보낸다.
재두루미도 기러기와 먹잇감이 겹쳐도 녀석들만 모여서 먹이를 구하는 장소가 있다. 일부는 화포천까지 날아가도 저수지 인접 백양마을 근처 들판이 겨울을 나는 무대다. 산책로 둑에서 내려 그곳으로 가니 기러기 떼들이 선점해 먹이활동을 했다. 백양마을에서 신동마을로 가는 들녘에서 한 무리 재두루미 가족을 만났는데 먹이를 찾다 말고 길게 목을 빼고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作 25.1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