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태 국립창원대학교 교학부총장

엔비디아가 우리나라에 26만 장의 GPU를 공급하기로 했다. 네이버, 삼성, SK, 현대차, 그리고 정부가 포함된 이 대규모 공급은 금액으로 따지면 약 10조 원 규모에 달한다. 단일 기업이 한 나라에 이 정도의 첨단 반도체 자원을 제공하기로 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이번 조치로 한국은 AI 반도체 인프라 면에서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권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비디아가 밝힌 공급 계획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 단순한 반도체 판매가 아니라, 한국의 AI 생태계 발전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이 GPU들은 반도체와 자동차, 로보틱스,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산업에서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제조혁신을 이끌 기반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정부가 2030년까지 목표로 했던 20만 장을 훌쩍 뛰어넘는 26만 장 공급이라는 점에서, 한국이 글로벌 AI 경쟁의 전면에 서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제조업 중심의 지역경제를 가진 경남 창원 지역에서는 이 GPU가 촉발할 제조 AI 혁명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AI를 전통 제조공정에 결합하면서 생산성과 품질, 효율성 모두에서 혁신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GPU를 활용한 시뮬레이션, 예측제어, 디지털트윈 기술이 더해지면 경남의 제조업은 단순한 스마트팩토리를 넘어 AI 기반의 지능형 생산시스템으로 진화할 수 있다. 엔비디아의 GPU 26만장이 바로 그 변화를 가속화할 엔진인 셈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이제 그 26만 장의 GPU를 누가, 어떻게 쓸 것인가? AI 경쟁력은 장비의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역량에서 나온다. 아무리 많은 GPU를 보유하더라도, 그것을 운용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인재가 없다면 그 가치는 반감된다. 데이터의 본질을 이해하고, 알고리즘을 설계하며, 산업 문제를 AI로 해결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엔비디아가 하드웨어를 공급했다면, 이제 우리가 채워야 할 것은 그 하드웨어를 움직일 두뇌와 상상력이다.
그 중심에 있어야 할 기관이 바로 지역대학이다. 대학은 기술을 배우는 곳을 넘어, 기술의 의미를 이해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설계하는 공간이다. AI, 데이터사이언스, 반도체공학, 로보틱스 등 다양한 전공이 긴밀히 융합되어야 하며, 산업 현장과 연계된 실습 중심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대학은 단순한 프로그래밍 능력이 아닌, AI 시대의 문제 해결력과 창의적 설계 능력을 키워야 한다. 엔비디아의 GPU 26만 장은 단순한 하드웨어 공급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이 AI 문명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역사적 시험대이다.
대학이 지역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고 산업계는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산학 공동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정부의 내년도 예산이 대략 10조 정도 투입된다고 한다. 이 중 많은 부분이 GPU를 활용한 인공지능 기술을 가진 인재양성에 투자되어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GPU를 받았다’는 자부심이 아니라, ‘그 GPU로 무엇을 만들어냈는가’라는 실질적 성과다. AI의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GPU의 시대를 넘어, 사람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결국 엔비디아의 26만 장 GPU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 26만 명의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는 일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감사해야 할 대상은 GPU를 공급한 엔비디아가 아니라, 그 GPU를 통해 한국의 미래를 설계할 젊은 세대다. 이들에게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AI 강국’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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