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와 진학은 오랫동안 하나의 흐름, 혹은 진로가 진학을 포괄한다는 식으로 다뤄져 왔다. 하지만 실제로 두 영역은 성격도, 요구되는 전문성도 다르다. 진로는 학생이 자신의 흥미와 적성, 삶의 목표를 탐색하는 과정이고 진학은 구체적으로 어떤 학교와 전공, 전형을 선택할지 결정하는 전략의 영역이다. 이 둘을 한데 묶어 다루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가 가장 필요로 하는 진학 정보를 학교에서 충분히 얻지 못하고 사교육이나 외부 채널에 의존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 조사에서도 중·고등학생과 학부모가 가장 필요로 하는 정보는 상급학교 진학 정보라는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학교 내 진로진학상담교사로부터는 양질의 진학 정보를 얻기 어렵고 결국 사교육, 지인, 커리어넷 등 외부 자원을 통해 정보를 찾게 된다. 진학이 진로의 부속품처럼 취급되고 진학 지도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구조가 반복되면서 ‘대학 진학을 위해선 반드시 사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굳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여기에 제도적 불일치도 문제를 더한다. 진로교육법에는 초·중등학교에 ‘진로전담교사’를 두도록 명시되어 있지만, 교원자격증 제도에서는 ‘진로진학상담’ 전공으로 자격을 부여한다. 법령상의 명칭과 자격증 명칭이 일치하지 않아 현장에서는 진로와 진학의 역할 구분이 흐려지고 진로전담교사에게 진로와 진학 모두를 담당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 결과 진학에 대한 전문성 부족과 정보 제공의 한계가 생기고 학생과 학부모는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얻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한 변화의 방향은 분명하다.
첫째, 진로와 진학의 전문성을 분명히 구분하고 각각에 맞는 인력과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진로는 학생이 자기 자신을 탐색하고 성장하는 데 집중하고 진학은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 정보를 제공하는 별개의 영역임을 인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진로전담교사와 별도로 전문계고의 취업지원관과 같이 진학 전문인력을 제도화해서 학교에 배치하거나 기존 교사의 진학 지도 역량을 체계적으로 강화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교원자격증의 명칭과 법령상의 명칭을 일치시키고 진로와 진학 각각에 특화된 자격과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학교 내에서 신뢰할 수 있는 진학 정보 제공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가 사교육이나 외부 채널에 의존하지 않고도 학교에서 최신 입시제도, 학교별 전형, 전공별 전망 등 실질적인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커리어넷 등 외부 플랫폼과 연계해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학부모 대상 진학 설명회, 1:1 맞춤 상담, 실시간 Q&A 등 다양한 소통 창구를 마련하고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학생과 학부모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상담 시스템을 내실 있게 운영해야 한다.
진학은 진로의 부속품이 아니다. 진로와 진학이 각자의 역할을 존중하며 서로 협력하는 구조가 자리 잡을 때 학생의 선택지는 더 넓어지고 미래도 더 단단해진다. 공교육이 이 변화를 이끌어낼 때 학생과 학부모는 더 이상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신의 길을 주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