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이시형 회장

여름은 제빛을 다하고 나면 미련 없이 가을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왔는가 싶던 가을도 잠시 머무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겨울에게 길을 내어주었다. 머무는 듯하지만 스스로 물러날 줄 아는 자연, 그 순환 속에는 물러남의 지혜가 깃들어 있다.

APEC 정상회의에 파견 나갔다가 음주 물의를 일으킨 경찰관이 있었다. 하필이면 압수한 오토바이를 잠금장치 없이 보관하다 두 번이나 도난당한 창원서부서 압수물 관리 담당자였다고 하니 이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기강해이가 심각하다는 여론이다.

경남경찰청은 수년째 치안감 직급을 치안정감으로 높여달라 요구해 왔지만, 이번 사건은 그런 요구보다 먼저 내부의 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이 더 급선무임을 일깨운다. 기강해이는 한 조직의 신뢰를 송두리째 흔드는 일이다.

민심은 바람처럼 움직인다. 억지로 붙들 수도, 당길 수도 없다. 가을과 겨울의 아련한 틈새에서 제행무상을 떠올린다. 머무름은 잠시요, 변함이 곧 삶의 본질이다. 떠남을 두려워하지 않고 비움 속에서 다시 채움을 기다릴 때, 자연은 스스로의 질서를 회복한다.

가을아, 잠시 머무름에 서러워 마라. 물러남은 상실이 아니라 나를 비워 허공을 받아들이는 시간이다. 비움의 끝에서야 비로소 새 생명이 움트는 것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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