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의창구 중동 김재하
대한민국에서 음주운전은 오랫동안 ‘적발되면 운 나쁜 일’ 정도로 여겨져 왔다. 사회 전체가 이를 단순한 실수로 취급해온 관행 때문이다. 그러나 음주운전은 결코 실수가 아니다. 술을 마신 채 운전대를 잡는 순간, 타인의 생명을 파괴할 수 있는 결과가 이미 예견된다. 이는 명백한 범죄이며 사실상 살인 행위이다.
최근 한국을 찾은 일본인 모녀와 캐나다 관광객이 음주운전 차에 치여 잇달아 숨졌다. 일본 현지에서는 “한국의 음주운전 사고는 일본의 6배”라는 보도도 나왔다. 여기에 가수 정동원의 무면허 운전 기소유예까지 알려지면서 ‘솜방망이’ 논란과 이른바 ‘K-운전’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해외에서도 “한국의 운전 매너는 최악”이라는 원성이 나올 정도로 국제적 망신의 대상이 됐다는 자조가 나온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
실제로 미국의 워싱턴주는 음주운전 사망 사고를 낸 경우, 1급 살인 혐의를 적용해 최대 무기징역과 한화 6,000만 원 벌금형이 선고되고, 일본은 음주운전 피해자가 숨지면 가해자는 최대 30년까지 징역형이 선고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고작 8년에 그치는 경우가 과연 정의인가? 피해자 가족의 삶은 영원히 무너졌는데, 가해자가 몇 년의 복역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정당한가? 이는 국민의 대다수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문제이며, 그동안 우리가 음주운전을 얼마나 가볍게 여겨왔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최근 서울경찰청이 초등학교 앞에서 등하굣길 음주운전 등 교통법규 위반행위에 대해 집중적으로 단속했다고 9일 밝혔는데, 서울 지역 31개 경찰서의 집중 단속 결과 모두 198명이 적발됐고 이들 중 19명은 숙취로 인한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는 상식 이하의 어처구니없는 소식을 접하고 아연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음주운전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로잡지 못한 결과이며 국가의 책임이기도 하다. 음주운전은 운전자 한 사람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는다. 아무 잘못도 없는 시민이 이유 없이 생명을 잃는 참극을 부르는 범죄이다. 이제 국가는 명확한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 사고를 단순 교통사고가 아니라 중대 범죄, 나아가 살인에 준하는 범죄로 정의해야 한다. 무기징역을 포함한 강력한 처벌 체계를 마련해야 하며 사법부도 국민의 생명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 양형기준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더 이상 무고한 시민이 희생돼서는 절대로 안 된다. 음주운전 근절은 단호한 처벌에서 시작된다. 음주운전이 대한민국 땅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정부와 사법부는 국민 앞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음주운전으로 무고한 시민을 향하여 미치광이처럼 무한 질주하고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