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은 제30주년 농업인의 날이다.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는 동안 농업 환경은 크게 달라졌지만, 농민을 위한 제도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ㅠ특히 ‘체류형 쉼터 제도’는 농민의 기대와 현실이 크게 엇갈리는 대표적 사례다.
현장 모르는 규제가 농민의 손발을 묶는다
체류형 쉼터는 농민이 농사일 중 잠시 머물며 쉴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지만,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까다로운 시설 기준, 제한적인 입지 조건 등으로 실제 혜택을 받기 어렵다.
현장의 농민들은 “쉼터를 짓는 것이 농사보다 어렵다”고 토로한다.
무더운 여름, 농막 옆에 그늘막을 설치하면 ‘불법 건축물’로 단속되고, 농사 후 신발을 털기 위해 자갈을 깔아도 ‘농지 형질 변경’으로 행정처분을 받는다.
비가 새고 난방조차 어려운 농막에서 하루의 피로를 달래며 다음 일을 준비하는 현실, 과연 이것이 ‘농업인 중심 행정’이라 할 수 있을까.
농민에게 쉼은 사치가 아닌 생산의 연장선이다.
거제시 체류형 쉼터 조례의 현실적 개선 요구가 높다.
농막 수준의 간소한 절차로, 실제 현장에서 이용 가능한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 제도는 농민 편의보다 행정 편의에 맞춰 설계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농민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지원책이 아니다.
비좁고 허름한 농막이 아닌, 최소한의 휴식과 위생, 안전이 보장된 공간이다.
하루 농사일을 마치고 허리를 펴고 쉴 수 있는 작은 쉼터,
그곳이 농민이 다시 내일을 일굴 힘을 얻는 곳이다.
감사원 자료(2022년 기준)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21년까지 거제시에서 신고된 농막 1594건 중 864건(약 54%)이 불법으로 적발됐다. 대부분이 설치면적 20㎡를 초과했거나, 그늘막·데크·주차장·진입로·정원 등 부속시설을 불법 확장한 사례였다.
이는 농민이 현실적 쉼터를 원해도 제도적 틀 안에서는 해결할 길이 막혀 있음을 방증한다.
현재 거제시 관내 약 4000여 동에 달하는 농막이 앞으로 ‘농촌체류형 쉼터’로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여전히 행정과 현장의 온도차는 높고, 갈 길은 멀다.
농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진정한 제도 개선이 없다면, 그 기대는 또 하나의 구호로 남을 뿐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농업정책에서 외면할 수 없는 과제다.
폭우·폭설·태풍 등 재난이 반복되는 지금, 기존 비닐하우스는 단 몇 시간 만에 무너지고 농민의 재산은 매년 수억 원씩 손실된다.
경제적 피해뿐 아니라 삶의 의욕마저 잃는 깊은 상실감에 빠진다.
이제 단순 복구가 아닌 ‘기후 대응형 반연구 온실하우스’ 도입이 절실하다.
현장 데이터와 실험을 기반으로 설계된 온실은 구조 안정성과 재해 대응력을 강화하며, 농업 생산성과 지역 경제를 함께 지킬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농민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온실 정책 지원에 즉각 나서야 한다.
거제시는 이제 보여주기식 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실에 맞는 제도 개선 없이는 농촌의 활력을 되살릴 수 없다.
무엇보다 기존 농막을 체류형 쉼터로 전환하거나, 농막 증축 시 체류형 쉼터 기준으로 인정하는 등 다양한 농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행정적 유연성이 필요하다.
농민이 주체가 되고 행정이 조력자가 되는 구조로 바뀔 때, 비로소 거제 농업은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농업인의 날, 시민의 작은 실천으로 11월 11일, 빼빼로 데이 대신 ‘가래떡 데이’를 기억하자. 가래떡을 선물하는 작은 실천이 농민을 살리고, 농촌의 가치를 함께 나누는 따뜻한 나눔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