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부쩍 체중이 는 30대 남성 A씨. 운동을 좀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뭘 할지 고민하던 차에 우연히 수영경기를 시청하게 된다. 몸을 풀고 있는 수영선수의 늘씬한 체형, 탄탄한 근육, 넓은 어깨를 보며 A씨는 “이거네”라고 생각한다. 수영을 하면 살도 빼고, 저 선수처럼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착각에 빠진 채 말이다.

‘수영선수 몸매에 대한 환상’(Swimmer's body illusion)은 선택의 기준과 결과가 뒤바뀌는 심리 현상이다. 그들의 몸매를 보면 대부분 ‘나도 운동을 하면 저렇게 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반대다. 수영선수는 원래 좋은 몸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수영선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원래 갖고 있던 신체적 조건이 수영이라는 종목을 선택하게 된 기준이 된 것이지, 행위(운동·훈련 등)의 결과물이 선택의 기준이 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이는 이 심리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비유일 뿐, 수영선수들의 노력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수영선수가 된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특정 결과를 보고 그것이 원인을 만든다고 잘못 믿는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은 심리적 착각은 화장품 광고에서도 쉽게 드러난다. 광고 모델의 예쁜 외모를 보고 사람들은 그 화장품을 쓰면 자신도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모델은 원래 아름다웠기 때문에 광고 모델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환상이 없었다면 상품 광고의 절반 이상은 분명 실패할 것이다.

이 환상은 긍정적인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선택의 기준을 어디에 두든, 예를 들어 이상적인 이미지를 보고 운동이나 건강한 식습관 등을 시도하게 되면 이것은 좋은 징조다.

하지만 이것에 지나치게 몰입하면 현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불필요한 불만이나 스트레스를 느낄 수도 있다. “나는 노력해도 저렇게 될 수 없어”라는 좌절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환상에 대해 쓰다 보니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에요. 웃으니까 행복한 거에요”라고 자주 말했던 방송인 노홍철이 떠오른다. 나는 그가 원래부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졌기 때문에 더 많이 웃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행복하니까 웃는 게 맞단 이야기다. 그렇기에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웃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수영 선수의 몸매나 화장품 광고의 예쁜 얼굴처럼 웃음이 꼭 행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노홍철 씨의 이 명언(?)은 너무나 좋은 말임에는 틀림없지만, 세상에는 이 조언이 소용없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슬프니까 우는 게 아니라 울어서 슬픈 거에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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