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후배와 대화 도중 갑자기 이 후배가 최근 살이 많이 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근데 요즘 너 살 좀 많이 찐 것 같더라. 운동 좀 해야겠다”라고 말했다. 그 후배가 남자라서 조금 더 편하게 이런 이야기를 한 것 같다.
나는 이런 대화가 일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들 외모에 대해 언급을 많이 한다. 그런데 이런 말이 미국에서는 상당히 무례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남의 외모에 대해 지적하는 것을 'None of your business'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 젊은 세대도 이런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후 ‘괜히 그런 말을 했나’하고 조금 후회했다. 그런데 만약 진짜 그 후배가 내 태도가 무례하다고 생각했다면 조금 억울한 측면도 있다. 왜냐하면 나는 그의 외모가 출중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다만 살을 조금만 더 빼면 완벽할 것 같다는 의미로 한 말이기 때문이다. 비판의 의도보다는 ‘조언’ 또는 ‘정보전달?’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이빨에 고춧가루가 꼈으면 당연히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요즘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개인주의가 강해서 외모 지적을 싫어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 사이에서는 정(情)이라는 문화가 있고, 남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말이라면 너그러이 봐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응답하라 1997이라는 드라마에도 여주인공 성시원(정은지 배우)이 오랜만에 동창회에 갔는데, 만나는 친구마다 시원에게 ‘니 살쪘네’라고 말하던 모습이 생각났다. 그 장면에서 오히려 정감이 느껴져서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