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원대학교 스마트그린공학부 정석호 교수

지난 11월 12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9회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지방시대’를 향한 국가적 전환점을 선언한 자리였다. 이번 회의에서 대통령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강력하고 동등한 협력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국토 전반의 불균형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동안 수도권 집중은 여러 정부가 해결을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수도권의 인프라, 기업, 인재, 행정 기능이 한곳에 모이면서 경제 효율성과 편의성은 높아졌지만, 비수도권의 인구 유출과 산업 공백을 가속시켰다. 이전 정책이 실질적 효과를 내지 못한 이유는 중앙 중심의 획일적 행정 구조와 지방의 자율권 부족, 그리고 지역 간 경쟁을 유도하는 단기 사업 중심의 접근에 있었다. 결과적으로 지방은 스스로 발전 전략을 설계할 여지가 적었고, 중앙의 재정 지원도 지속가능한 구조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번 회의에서 대통령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며,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하고 전국이 함께 성장하는 균형발전 국가를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특히 ‘지방 우대 원칙’을 내년도 국정운영의 핵심 기조로 제시하고, 지방자율재정 규모를 기존 3조8천억 원에서 10조6천억 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점은 주목할 만하다. 재정분권 강화는 단순한 예산 증액이 아니라 지방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적 자율성의 확대를 의미한다.

더 나아가 정부는 국가사무와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중앙위원회 내 지방 참여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행정 기능의 공간적 재배치를 통해 수도권 중심의 정책결정 구조를 바꾸겠다는 강한 신호다. 공공기관 이전이 본격화되면, 지방은 단순한 행정의 수혜지가 아닌 국가 기능의 공동 수행 주체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번 회의의 의의는 분명하다. 그간 선언적 구호에 머물던 균형발전 논의가, 이제는 정책과 예산, 제도의 세 축으로 구체화되었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직접 ‘지방 우선’ 원칙을 강조하며 지방의 자율성과 책임을 언급한 것은, 단순한 권한 이양이 아니라 국가 운영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남은 과제는 실행이다. 권한과 재원이 이전된 만큼, 지방정부는 지역 특성에 맞는 전략을 세우고, 중앙은 이를 신뢰와 협력의 틀 안에서 지원해야 한다. 균형발전은 어느 한쪽의 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중앙의 결단, 지방의 실행력, 그리고 국민의 공감이 함께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수도권 집중의 그늘을 넘어 전국이 함께 도약하는 시대를 맞이하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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