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부산·경남 주민의 오랜 숙원인 맑은 물 공급을 위한 취수원 다변화 사업이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그동안 주민의견을 이유로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던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부산시의 예산 반영 요청에 힘을 보탰고, 박형준 부산시장도 국회를 찾아 관련 예산의 신규 반영을 촉구했다. 낙동강 수질 개선과 안전한 먹는 물 확보를 위한 양 지자체의 공조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관건은 행정의 결단보다 주민의 동의다. 결국 이 사업의 성패는 지역민의 신뢰를 얼마나 얻느냐에 달려 있다.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은 단순한 상수도 인프라 공사가 아니다. 오랜 기간 축적된 수질 불신, 지자체 간 이해관계, 농업용수·생활용수 간의 갈등이 뒤엉킨 복합적 현안이다. 특히 김해·창녕 등 취수 예정지 인근 주민들은 “부산의 깨끗한 물을 위해 우리 지역이 또 희생되는 것 아니냐”는 정서적 반발을 여전히 품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와 수질 모니터링이 아무리 투명하게 이루어진다 해도, 주민 스스로 체감하지 못하면 불신은 해소되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기술적 안전성 설명에만 그치지 말고, 주민 참여형 협의 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 단순한 설명회나 공청회 수준을 넘어, 사업의 전 단계에 지역 대표가 참여하는 공동관리위원회 같은 상설기구를 두어야 한다. 또한 취수원 주변 지역에 대한 환경 보전 예산과 생활 기반 지원책도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안전한 물을 얻기 위해 또 다른 지역 불평등을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맑은 물은 단순히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이 아니라, 행정의 신뢰와 공동체의 합의가 빚어낸 결과물이다. 취수원 다변화 사업이 진정한 성공을 거두려면, 과학과 행정의 논리보다 먼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 부산과 경남이 진정으로 하나의 물길로 연결되기 위해선, 물보다 먼저 ‘믿음’이 흘러야 한다.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는 안전한 수돗물 공급과 지역 상생을 동시에 추구하는 장기적 물관리 정책으로, 향후 지역별 이해관계 조정과 수질 개선이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는 점을 행정이 알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