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신공항의 연내 착공이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정부가 연내 기본계획 고시를 목표로 했지만, 환경영향평가와 보상 절차, 설계 조정 등이 지연되면서 공사 일정은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2030년 부산세계박람회 개최에 맞춰 개항한다는 일정이 불투명해진 셈이다. 문제는 단순한 공사 지연이 아니라, 경남과 부산권 전체 산업전략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동남권 메가시티 구상의 핵심 인프라다. 항공 물류와 인적 이동의 허브로서, 진해신항·부산항과 함께 해양·항공 복합 물류벨트를 완성할 축으로 평가돼 왔다. 항공 노선의 확충은 물론, 항공MRO, 첨단부품산업, 물류·관광 등 파급 효과가 막대하다. 경남 제조업과 수출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이런 이유로 착공 지연은 단순한 건설사업 차질을 넘어, 경남의 미래 전략산업 밑그림 전체를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냉정히 보면 이번 지연은 예고된 일이기도 하다. 정치 일정에 쫓겨 예비타당성 면제를 서둘렀고, 이후 사업 구조와 재원 조달, 환경 문제를 둘러싼 조율이 미흡했다. 정부는 신속한 추진을 강조했지만, 실질적 준비가 따라주지 못했다. 이제는 책임 공방보다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 경남도는 신공항 지연에 따른 산업전략의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그리고 정부는 신공항 추진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단기 정치 논리에서 벗어나 ‘단계별 로드맵’을 명확히 제시하고, 재정투입·민자분담 등 현실적 계획을 공개해야 한다. 일정이 다소 늦춰지더라도 확실한 실행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산업계와 지역사회는 신공항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경계하고, 수소·방산·우주항공 등 첨단산업 클러스터 강화와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자생적 성장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가덕도 신공항은 동남권의 미래이자 경남 산업지도의 방향타다. 착공 시점이 늦춰진다고 해서 비전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필요한 것은 서두르는 속도가 아니라, 멈춤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 지혜다. 경남의 산업 전략이 흔들리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 산업계 모두가 다시 균형점을 찾아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