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회복과 감정이입 통해
자아와 세계의 동일성을 탐색”
권후근 시인이 30년 만에 습작을 재개하고 시집 ‘밀월’을 출간했다. 울산광역시와 울산문화관광재단의 ‘2025년 예술인 창작지원사업’ 지원금을 받아 발간된 이번 시집은 시인의 지난 세월과 내면의 사유를 담은 총 60편의 시를 수록하고 있다.
봄꽃처럼 화사하고, 여름 시냇물처럼 맑으며, 가을의 단풍과 겨울의 흰 눈 같은 시간의 색채가 한 권의 책 속에 녹아 있다.
시집 ‘밀월’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사회적 문제를 주시하며 세상을 성찰하는 20편, 2부는 습작을 통해 내적 고통과 사유를 체화한 20편, 3부는 개인사적 고뇌와 삶의 성찰을 담은 20편으로 나뉜다.
시인은 사회적 갈등, 청년 실업 등 현실 문제를 중용적 시선으로 풀어내는 동시에, 개인과 시간, 상실과 회복의 경계를 오가며 인간 존재의 근원적 의미를 탐색한다.
권 시인은 시집 서문에서 “나는 시간을 버리고 죽였다. 이제는 내가 버리고 죽인 시간의 환영이 나를 서서히 조여 온다”며 다음 생에는 미련 없는 시간의 주인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 고백은 시집 전반에 걸쳐 ‘밀월’이라는 주제 아래, 고통과 동행하며 삶과 존재를 바라보는 시인의 심미적 탐구를 드러낸다.
시집 속 주요 시편으로는 ‘가로등’, ‘비둘기’, ‘선인장꽃’, ‘누에’와 ‘메기 한 마리’, ‘꽃상추’, ‘삼베’, ‘빈자리’ 등이 있으며, 시인은 사물과 대상을 의인화해 독특한 사유와 관념을 형상화하는 특장점을 보여준다.
특히, ‘밀월’ 편에서는 양은 냄비를 의인화해 자화상을 그린 절품으로 평가받는다.
문영 시인 겸 문학평론가는 “권후근 시인의 시는 상실의 회복과 감정이입을 통해 자아와 세계의 동일성을 탐색한다. 사회적 문제와 세태를 비판하는 시편과 개인적 사유를 녹인 시편들이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며 추천사를 전했다.
권후근 시인은 경남 산청 출신으로, 2023년 맑은누리문학 신인상(시)과 문학광장 신인상(수필)을 수상했으며, 제3회 맥파문학상을 비롯해 울산광역시 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울산공단문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KMAC 전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이번 시집 ‘밀월’은 시인의 생애적 농도가 응축된 작품으로, 독자에게 지난 계절과 시간, 삶과 존재를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총 132쪽으로, 시인의 말과 세 부분 60편의 시, 그리고 우영규 시인의 해설로 구성돼 있다.
권후근 시인의 신간 ‘밀월’은 과거와 현재, 사회와 개인, 상실과 회복의 경계를 오가며 인간 존재와 시간을 마주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시와 삶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