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동안 교육부에서 주요 정책을 설계하며 대한민국 교육 행정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던 김영곤 전 교육부 차관보가 고향 경남에서 교육감 선거에 도전한다. 그는 “지금의 학교는 행정과 평가의 틀에 갇혀 본래의 교육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경남교육의 방향을 ‘배움과 성장, 이야기가 있는 학교’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긴 시간을 교육정책에 쏟아온 그가 왜 다시 고향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경남교육의 다음 10년을 위한 전략과 비전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 “교육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 고향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 교육감 선거에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교육은 결국 사람이 자라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늘 ‘학교는 여전히 배우는 곳인가, 교사는 성장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물었습니다. 지금의 학교는 행정과 평가에 갇혀 학생과 교사 사이의 배움의 대화가 사라졌습니다. 그 현실이 가장 아팠습니다. 저에게 경남으로의 귀환은 단순한 회귀가 아닙니다. 교육이 시작된 자리로 돌아가 미래를 다시 쓰겠다는 결심입니다. 경남은 저의 배움의 첫 항로이자, 교육의 본질을 다시 묻는 출발점입니다. 경남의 학교와 마을이 다시 연결될 때, 아이들의 배움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33년 정책 경험을 실행력으로… 교육이중심이 되는 구조로 바꿀 것”

― 오랜 교육부 경험이 경남교육 개선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정책이 실패하는 이유는 의도가 아니라 ‘언어’ 때문입니다. 행정의 언어로 만든 정책은 현장에서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정책을 기획하는 사람에서 ‘정책을 실행하는 사람’으로 역할을 바꾸려 합니다. 교육감은 정치가 아니라 실행의 자리입니다. 현장 교사와 학생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겠습니다. 행정이 아니라 교육이 중심이 되는 구조로 경남교육을 전환하는 것이 가장 시급합니다.”

■ 직속기관 재구조화 “기관 중심에서 학교 중심으로 전환”

김 전 차관보가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경남교육의 구조적 문제다.

“지난 10여 년 동안 수학문화관, 진로교육원, 미래교육원 등 여러 기관이 만들어지면서 체험형 모델은 확대됐지만, 그만큼 예산이 분산되고 기능이 중복되었습니다. 심지어 일부 기관은 활용률이 3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교사 파견이 늘면서 학교는 수업 공백까지 생기고 있죠.”

그는 직속기관 기능을 전면 재점검해 ▲유사 기능 통합 ▲낮은 효율 기관 축소 ▲체험기관의 학교 요청형 순환지원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연수·미래교육·진로 기능을 모은 ‘미래교육통합원(가칭)’을 신설해 학교가 필요로 하는 지원을 직접 제공하는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산 구조 개편입니다. 외부 기관에 머물던 예산을 학교로 돌려야 합니다. 직속기관 운영비 20%를 절감해 ‘학교 자율예산제’를 도입하겠습니다. 학교가 스스로 교육과정을 설계할 때 진짜 변화가 시작됩니다.”

■ “경남의 미래는 지역을 살리는 교육에서 나온다”

저출생과 산업구조 변화로 경남의 여러 지역이 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는 지역의 마지막 미래기관입니다. 산업과 교육을 연결하는 IPS(Industry?Public?School) 모델을 경남 전역에 본격적으로 적용하겠습니다.”

창원(스마트제조), 사천(항공우주), 통영(해양문화예술), 김해(의생명), 밀양(농생명) 등 지역별 산업특성을 교육과정과 연계해 학생의 배움이 실제 지역 변화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 모델은 학생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의미 있는 배움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입니다. 교육이 지역의 삶과 일자리를 다시 설계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 문해력 위기, “피드백 중심 수업으로 사고력을 회복해야”

최근 국가적 문제로 떠오른 문해력 저하에 대해 그는 “문해력은 글 읽기 능력이 아니라 생각을 조직하는 힘”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경남형 문해력 회복 플랜을 통해 ▲읽기 중심 수업 개선 ▲문해력 성장 로드맵 구축 ▲피드백 일지 및 성장 포트폴리오를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학생이 쓴 글과 말 속에 사고의 흔적이 있습니다. 교사는 그 흔적을 읽어 성장으로 연결해주는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문해력은 결국 민주주의의 기반이기도 합니다.”

■ 성장 중심 평가 “성적의 언어에서 성장의 언어로”

평가혁신 역시 그의 핵심 공약 중 하나다.

“평가는 교실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힘입니다. 단 한 번의 시험이 아니라, 배움의 과정을 기록하고 성장을 확인하는 평가가 필요합니다.”

그는 학생의 학습 여정을 서사로 기록하는 성장 포트폴리오 시스템을 도입하고, 교사의 평가 전문성을 돕기 위해 경남형 평가혁신지원센터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 정서·심리 지원 강화 “관계가 회복돼야 배움이 스며든다”

정서 위기 학생 증가에 대해 그는 “정서적 안정 없이 어떤 배움도 스며들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상담·치유 기능을 통합한 학생 회복지원체계, 정서 모니터링 시스템, 정서전담교사제 등을 도입해 학교를 안전한 회복 공동체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 AI 시대 교육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학습력을 확장해야”

AI 활용과 관련해 그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AI는 교사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교사의 피드백을 확장하는 도구입니다.”

경남교육은 AI 기반 학습진단, 맞춤형 학습 플랫폼, AI 교과서 등을 활용해 학생 개별 학습 흐름을 정교하게 지원하고, 문제해결형 프로젝트 학습(PBL)으로 이어지는 학습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 경남교육은 감정 중심의 행복에서 배움 중심의 성장으로 전환해야

박종훈 교육감 시절의 ‘행복교육’을 비판적으로 평가한 이유에 대해 행복교육은 한 시대의 필요였다고 말했다. “경쟁과 입시에 지친 교사와 학생에게 쉼을 주었고, 관계의 온도를 높였으며, 학교를 인간적인 공간으로 되돌렸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행복은 방향을 잃었습니다.” “교육의 본질은 불편함 속의 성장입니다. 배움은 실패와 좌절, 그리고 성찰을 통과해야 깊어집니다.” 진짜 혁신은 관리가 아니라 실험이며, 교사는 실패할 자유를, 학생은 불편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행복은 가르칠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 성장의 과정 속에서 발견되는 의미의 감정이라 말한다. ‘배움과 성장, 이야기가 있는 경남교육’은 바로 그 전환의 철학이며 학생이 불편함을 견디며 스스로 변화를 경험할 때, 그때의 평온이 진짜 행복이 라는 주장이다.

■ “연수원 혁신이 경남교육 혁신의 출발점”

마지막으로 그는 교육공동체 역량 강화를 위해 경남교육연수원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연수원이 변해야 교사가 변하고, 교사가 변해야 학생이 성장합니다. 연수를 행정 절차가 아니라 배움과 피드백의 장으로 재구조화하겠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학교가 살아야 지역이 살아납니다. 행정이 아니라 배움이 중심이 되는 경남교육을 만들겠습니다. 아이들이 다시 자신의 성장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는 학교, 그것이 제가 꿈꾸는 경남교육의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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