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과 김해에서 잇따라 공공분양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청년·신혼부부의 주거안정을 목표로 공급된 물량임에도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통상적인 부동산 침체 흐름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부진은 단순한 경기 요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은 입지의 한계다. 교통 접근성이 떨어지고 생활편의시설이 미비한 지역에 공급된 단지가 적지 않다. 공공이 주도한 사업임에도 주민의 생활 동선을 충분히 고려한 입지 선정이 이뤄졌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을 입지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공공분양의 목적은 단순히 아파트 공급 숫자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기피하거나 개발 여건이 불리한 지역에 공공의 기획력과 책임성을 더해 주거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있다. 입지가 다소 불리하더라도 설계·교통·생활 인프라 개선을 통해 충분히 매력도를 높일 수 있음에도, 경남개발공사와 LH가 그 역할을 다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업들에서는 공공이 갖춰야 할 선도력보다는, 민간 분양과 크게 다르지 않은 보수적 접근이 우세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수요 분석의 정교함 부족이다. 청년층의 주거 선호, 지역 내 직주근접도, 인근 산업단지의 인력 수요 변화 등을 면밀히 반영한 공급계획이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주택 공급은 단순히 분양 성적표에 일희일비할 성질이 아니다. 지역 산업구조와 인구 흐름, 교통망 계획과 장기 정주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책형 공급이어야 한다. 경남개발공사와 LH는 이번 인기 저조를 시장 탓으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다시 살펴야 한다. 특히 공공분양은 가격 경쟁력만으로 승부를 볼 수 없다. 공공은 민간이 시도하지 못하는 도시 계획적 상상력, 정교한 수요 예측, 생활 인프라 개선을 결합해 지역의 미래 주거를 선도해야 한다. 입지 한계를 뛰어넘는 대안 제시 능력이 공공기관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미분양 관리가 아니라, 공공분양의 철학을 재정립하는 일이다. 어디에, 누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공급할 것인지 원점에서 다시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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