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월 중순 화요일이다. 지난달부터 화요일 오전은 은퇴자 대상 웰다잉 연수가 열려 팔룡동 신화빌딩 교육장으로 나가는 날이다. 추석 전부터 열렸는데 나는 처음부터 등록생이 아닌 도중 청강생이 돼 다니는 중이다. 이번이 네 번째 강의를 받는 날로 그때마다 동선을 다르게 간다. 비가 오던 날 창원천 천변을 걸었고 동네 뒷산 반송공원 숲을 들거나 올림픽공원을 둘러 갔다.
구월 시월 십일월 가을 석 달 가운데 앞서 보낸 두 달은 가을답지 않은 날씨였다. 여름에서 이어진 고온에다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이 잦았다. 가을은 본색을 드러내지 않은 채 겨울로 바로 건너뛰려나 싶었는데 엊그제부터 전형적인 가을 날씨를 보여준다. 하늘은 높고 푸르르고 기온을 선선해졌다. 도심 가로수에도 단풍빛이 완연하고 시야에 드는 근교 산들도 추색이 짙어간다.
화요일은 새벽이다시피 이른 시각 자연학교 등교에 오르지 않았다. 아침 7가 지날 무렵 현관을 나서니 회사원 출근 시간대와 겹치는 듯했다. 내일모레 대입 수능일이라 고등학교에서는 고사장 준비와 수험생 안내로 마음이 쓰일 때지 싶다. 수험생을 둔 학부모에겐 자녀 앞날 명운이 걸린 시험이지만 예전만큼 집중하지 않음은 전형 방식이 다양해 수능은 성인식 통과의례 정도다.
교육부가 주관하는 시험으로 대입 수능이 수험생이 가장 많다. 그다음 국토부가 주관하는 공인중개사 시험이라 들은 바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80여 만명에 이르던 수능 수험생이 근년에 50여 만명으로 낮아졌다. 초등에서부터 입학생 수가 격감하면서 수능 응시생이 줄어듦은 당연하다. 올해 수험생은 2007년 황금돼지해 출생자로 그해 신생아 출생률이 반짝 높아져도 이 숫자다.
이번에도 팔룡동 웰다잉 교육 장소로 곧장 가질 않고 한 군데 들러서 가기로 마음먹고 시내버스로 이동 중 지난날 십일월 중순 학사력이 스쳐 지났다. 소답동에서 내려 남산공원으로 오르던 초등학교 근처에서 8시 이전인데 등굣길 초2 아이를 만났다. 이른 등교라 지금 가면 교실 문이 열렸을까 궁금해했더니 ‘아침 돌봄’이라 했다. 직장인 부모를 배려해 새로 도입한 제도인 듯하다.
초등학교 울타리에서 산책 데크를 따라 남산공원 숲으로 올랐다. 마사와 황토가 섞인 숲길은 많은 이가 오르내려 나무뿌리는 근육처럼 힘줄로 솟아 불거졌다. 군데군데 설치된 운동시설에 몸을 풀면서 남산루 누각과 통일 염원 빗돌을 지났다. 당국에서 마련한 맨발걷기 산책로는 이른 아침 이용자가 없었다. 공원 정상부 청동기시대와 원삼국시대 유구 유적지를 잠시 거닐었다.
고향의 봄 도서관으로 내려서자 시설 개선 공사로 휴관이었다. 빌라촌을 지난 아파트단지에서 내동천 냇바닥 산책로를 따라가자 웅덩이에는 흰뺨검둥오리가 노닐었다. 급이 다른 두 학교가 나란히 붙은 담장에서 창원대로를 건너 팔룡동 다누리 교육장에 이르니 강사인 동문 선배보다 먼저 입실했다. 격조 높은 노후를 보내는 강사와 다섯 수강생을 봬 아름다운 마무리를 생각해 봤다.
수업 진행 강사님 주선으로 아래층 뷔페 점심을 같이 들고 후식 찻집으로는 가질 못하고 창원역으로 이동했다. 1번 마을버스로 시내를 벗어난 들녘에서 가술에 닿아 오후 일과를 함께 보내는 동료를 만났다. 둘은 가술 국도변 초등학교 주변을 맡고 나와 다른 한 동료는 들녘 위치한 초등학교 인근으로 왔다. 마을회관 근처 농가의 한 할머니의 콩 타작 마무리 일손을 거들어줬다.
하굣길 초등학생이 통학버스를 기다리는 운동장에는 가을 오후 햇살이 내려앉았다. 교정 은행나무는 단풍이 샛노랗게 물들고 모과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는 거기 재학생 숫자보다도 많을 듯했다.
주남저수지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기러기들이 추수를 끝낸 들판으로 날아와 먹이활동을 하고는 하늘을 선회했다. 날이 저물면 수면을 둥지로 삼고 내일 찾아 먹을 구역을 확인하는 듯했다.
作 25.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