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아동보호전문기관 운영위원장 김재하

매년 11월 19일부터 1주일간은 ‘아동학대 예방 주간’이다. 경상남도와 경남아동보호전문기관은 이 기간에 지역 전역에서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경상남도는 올해 3월, 아동학대 인식개선과 예방사업 확대, 위기 아동 조기 발견, 아동 중심의 대응체계 확립, 보호·회복 지원 강화 등 4대 분야 13개 과제를 제시하며 130억 원 규모의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피해 아동의 재학대를 막기 위한 통합 사례관리, 가족 재결합 프로그램 확대, 부모 교육 강화 등 아동의 일상과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담겨 있다.

하지만 아동학대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학대 사례의 78%가 부모에 의해 발생했다는 사실은 큰 충격을 준다. 가장 가까이에서 보호해야 할 존재가 오히려 학대의 가해자가 되고 있다. 재학대 발생률도 전체의 20%에 이르러, 한 번의 보호 조치만으로는 아이들의 안전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 뒤를 타인, 교원, 보육교사 등이 잇고 있다는 점도 우리 사회 전체가 책임으로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아동학대가 근절되지 않는 근본 원인은 복합적이다. 첫째, 가정 내에서 학대 인식이 부족하고 잘못된 훈육 방식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미취학 아동은 언어 표현이 미숙해 피해가 드러나기 어렵다. 둘째, 신고가 지연되거나 꺼려지는 분위기도 문제다. 가정사라는 이유로 숨기거나, 신고 이후의 절차에 대한 불신, 신고자 보호의 한계 등이 학대 발견을 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셋째, 사회?구조적 요인도 크다. 양육 스트레스, 경제적 어려움, 지역사회 돌봄의 부족, 학대 경험의 대물림 등은 학대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사회적 관심이 사건 때마다 일시적으로 치솟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는 구조 역시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이처럼 아동학대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다. 따라서 해결 또한 가정의 인식 변화, 제도적 보완, 지역사회와 국가의 지속적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경상남도와 전국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정책적 기반을 강화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모두의 관심과 행동이다.

11월 19일부터 26일까지는 아동학대 예방 주간이다. 이 주간만큼은 우리 사회가 아이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는지, 무관심을 방조로 만든 것은 아닌지 깊이 돌아보아야 한다. 아동학대는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해결해야 할 사회적 책무다. 한 아이의 보호는 곧 한 사회의 품격을 결정한다.

가정에서부터 ‘아이의 권리’를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이웃 한 사람의 관심이 한 아이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진심 어린 가치와 희망이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경남 지역은 물론 대한민국 모든 가정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아동보호 예방의 날’을 계기로 사회 전체가 다시 한 번 마음을 함께 모아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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