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수 경남지사가 최근 “원전산업은 국가 미래 산업인 만큼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고 밝힌 것은 단순한 지역 이익 대변을 넘어, 국가 에너지정책과 산업 전략의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한 발언으로 평가해야 한다. 경남은 수십 년간 우리나라 원전 생태계를 떠받쳐 온 핵심 지역이며, 대규모 에너지 수요처를 갖춘 제조업 중심지다. 그만큼 원전산업의 활성화 여부는 지역경제의 구조적 지속성과 직결된다. 경남은 두산에너빌리티를 중심으로 한 원전 주기기 산업, 기계·금속·정밀부품 업체들이 집적된 전국 유일의 원전 제조 클러스터이다. 원자로, 터빈발전기, 증기발생기 등 한국형 원전의 심장부가 바로 창원에서 만들어지고, 거제·통영·고성 일대 조선·기자재 업체들은 원전 기자재 공급망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이러한 기반은 단순한 지자체 차원의 역량을 넘어 국가 전략산업의 뿌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정부의 에너지정책 기조는 장기간 정치적 변동성과 국제 여건 변화에 따라 흔들려 왔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국내 원전 생태계에 깊은 상흔을 남겼고, 윤석열 정부가 원전 강화 기조로 회귀했지만 산업의 불확실성은 아직 완전히 걷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박 지사가 정부 책임론을 제기한 것은, 원전산업이 중앙정부의 정책 의지 없이는 지속·확장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수출시장 개척, 안정적 발주 물량 확보, 차세대 원전(R&D) 등은 지방정부가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이다. 경남이 원전산업의 미래를 국가적 과제라 강조하는 이유는 원전은 경남 제조업의 가장 안정적인 수요 기반이라는 점이다. 원전산업의 부활은 고용·수출·투자 확대를 동시에 견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산업이다. 두산에너빌리티만 하더라도 원전 수주가 증가하면 수천 명 단위 고용 창출이 가능하고, 지역 대학과의 인력양성 시스템도 활성화된다. 결국 원전은 경남경제의 과거와 현재를 넘어, 미래 산업 지도를 다시 그릴 수 있는 핵심 축이다. 정부는 정치적 논쟁을 넘어 국가산업의 장기적 관점에서 원전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원전이 흔들리면 경남경제도 흔들린다. 이제는 중앙정부가 응답해야 할 때다.
